우리대학교가 오는 14일로 창립 120주년을 맞는다. 우리나라의 현대사에서 연세가 차지하는 위상은 실로 대단한 것이다. 신학문의 도입과 기독교 복음의 전파, 국가의 근대화, 우리 사회의 민주화 과정에서 연세가 배출한 많은 인재들이 주도적 역할을 담당해왔다. 우리의 선배들이 민족의 얼을 지키고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책임진다는 시대적 사명감을 가지고 헌신했기에 그 노력이 결실을 맺어 우리 사회는 비약적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연세가 창립 120주년을 맞은 것은 연세인들뿐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가 경하할 만한 일이다.

그렇지만 창립 120주년을 맞으면서 우리는 과거의 영광에 안주할 수 없다. 120년의 역사를 결산해 보고 연세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과거의 잘못이나 부족한 점이 있었다면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의 기회로 삼고, 본받을 만한 전통은 계승 발전시켜 학교 발전을 위한 도약의 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리대학교는 오는 2010년 세계 1백위권 대학을 목표로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창립 120주년 기념식에서는 앞으로의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연세비전 선포식이 있을 예정이다.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는 연구 역량의 극대화와 교육환경의 획기적 개선이다. 이공학 분야에서 이미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나 학교 전체로 보면 아직 세계 유수의 대학들에 비해 수준차가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대학교가 세계적 연구 중심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교수진을 대폭 보강해 연구와 교육의 질을 경쟁대학들과 대등한 수준으로 높이고 학문 후속세대를 양성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학교의 발전은 학교 본부나 교수들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행정의 전문화와 면학 분위기 조성 역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학생들이 의욕을 가지고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전액 장학금 제도를 대폭 확충하고 열심히 공부하지 않고서는 졸업할 수 없도록 수업의 강도를 높이고 학사지도를 엄격히 해야 한다.

대학의 진정한 발전은 외형적 성장보다 내실화에 있다. 연구와 교육, 행정이 제 기능을 발휘해 우수한 인재들을 사회에 배출하고 그들이 우리 사회를 이끌어나갈 지도자로 성장할 때 대학은 본래의 사명에 충실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대학사회가 강한 추진력을 갖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리가 한마음으로 뭉쳐 학교의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때 연세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21세기를 선도하는 대학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창립 120주년 기념식이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세계 속의 자랑스러운 연세’를 위해 각자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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