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패션에 대해 알아보다
“메트로섹슈얼이 하나의 경향으로 자리잡으면서 남성과 여성의 패션 차이는 거의 없어졌다. 그러나 굳이 나눠보자면 남성쪽은 꽃무늬나 분홍색 티셔츠와 빨간 자켓, 버클이 커다란 벨트 등이, 여성쪽은 히피풍의 집시 스커트와 80년대 고고장 패션인 굵은 헤어밴드와 쫄바지 개념의 레깅스 위에 미니스커트를 입는 것이 유행할 것이다.”
TBJ 디자인실 윤소영 디자이너는 다가오는 올 여름에 유행할 복고 패션에 대해 이렇게 예측했다.
‘복고’라는 단어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이 ‘복고패션’이다. 90년대 후반부터 패션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복고패션은 이제 ‘이번에는 복고패션이 유행할까?’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스타일의 복고패션이 유행할까?’로 초점이 변화했다. 이러한 흐름이 생기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김영인 교수(생과대·패션디자인)는 “한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시대를 바라보는, 90년대 후반이라는 시대적 상황에서 사람들이 패션을 통해 지나가고 있는 1900년대를 추억하며 정리해보려 했던 것 같다”며, “이런 패션의 흐름은 현재까지도 영향을 끼치고 있고, 특히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의 패션이 주로 유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대별 패션의 특징
흔히 복고패션을 구분할 때 60년대 복고, 70년대 복고 등 시대별로 나누는데, 실제로 이렇게 10년 단위로 구분할 수 있을만큼 패션의 특징이 주기별로 두드러지게 나타날까? 김교수는 “단지 1-2년이 아니라 적어도 10년 정도를 단위로 보면 복고패션으로 등장할 수 있을만한 패션의 경향성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패션디자인 연구기관 관계자 역시 “연대별로 패션의 경향과 흐름을 요약·정리해 보려는 시도가 많이 이뤄졌으며, 실제로 이런 구분이 어느 정도 유효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덧붙여 “패션은 ‘흐름’이므로 연대의 개념을 엄격한 ‘단절’ 의 의미로만 볼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중첩돼 있음을 전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현대 복고패션에서 등장하는 40년대부터 80년대까지의 패션 경향은 실제로 어떠했을까?
40~50년대의 패션은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밀리터리룩이 유행했고, 의상의 소재나 디자인을 제한한 밋밋한 복장들이 많았다. 그러나 1947년 크리스찬 디올이 여성적인 라인의 뉴룩(New Look)을 발표하면서 유행에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뉴룩은 가는 허리와 풍성한 치맛자락 등 화려하고 우아한 여성적인 아름다움을 강조한 디자인이다.
60년대에는 1964년 메리퀀트에 의해 미니스커트가 처음 선보여져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여성들의 다리를 드러내는 것이 금기시됐던 이전의 사회 분위기에서 가히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가수 윤복희가 처음으로 미니스커트를 입어 대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70년대는 경제적 불황기로 사회적으로 불안심리가 많이 작용하던 시대였다. 젊은 세대들은 패션을 통해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과 불신을 드러내며 집시풍의 히피와 가죽재킷, 너덜너덜한 청바지로 대표되는 펑크를 즐겨 입었다. 또한, 실용적인 패션이 유행해 청바지, 스포츠웨어, 남녀 가 동일한 헤어스타일과 의복을 공유하는 유니섹스룩등이 나타났다.
80년대에는 섹시룩과 보수적이면서도 부유해 보이는 패션이 유행했다. 여기에는 두 여인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속옷 같은 상의에 청바지를 받쳐 입는 대담한 패션을 보인 미국의 팝가수 마돈나와, 두꺼운 어깨선, 굵은 벨트로 조인 허리, 높은 구두로 대표되는 패션을 보여준 영국의 고 다이애나비가 바로 그들이다.
복고는 새로운 스타일의 창조
각 시대별로 정리되는 이러한 특징들은 현대의 패션에 고스란히 살아나 복고패션이라는 이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복고패션이 단순히 과거에 유행했던 복장 그대로 현재에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패션의 흐름은 그 시대를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거울이다”라는 윤디자이너의 말처럼, 패션과 각 사회적 상황은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교수 역시 “문화가 각 시대 정신을 반영하듯이, 문화의 한 갈래인 패션 역시 현 시대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며, “복고패션은 과거의 것을 그대로 옮겨오는 것이 아니라 현대 인간의 모습과 정서, 그리고 시대적 상황에 맞게 변형하여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복고에서는 과거의 어떤 패션의 영향을 받았느냐만큼 그것을 어떻게 시대적 요구에 맞게 재창조하였는가 역시 중요하다.
사라지지 않을 복고
윤디자이너는 “미래의 실마리는 과거 속에 있다는 생각 아래, 천년이라는 천기를 마감했던 20세기 시점부터 지나간 역사 속에서 미래의 해답을 찾으려는 패션디자이너들의 노력이 바로 복고”라고 말했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들여다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바람이 사라지지 않는 한 복고는 언제까지라도 존재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