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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미래, 과거 여행을 떠나다21세기 문화의 중심 테마, 복고를 말하다
  • 최종혁 기자
  • 승인 2005.05.02 00:00
  • 호수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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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희망하고 기다리는 아름다운 미래는 우리 눈 앞에 펼쳐질 것인가? 우리 사회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서 최첨단의 세계를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물질적인 풍요 속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 시간에 쫓기고 획일적인 문화 속에 점점 중독돼 가고 있다. 이에 사람들은 해독제가 필요했고 일탈을 꿈꾼다. 바로 ‘복고’의 문을 통해서.

“발전을 거듭하던 사회가 더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해 버리자 사람들은 기대감이 무너졌고 이에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었던 과거를 그리워하게 되었다”며 주간한국 패션칼럼니스트 박세은씨는 복고가 나타나게 된 이유를 설명한다. 물질적 풍요보다는 심적인 풍요로움이 있었던 때로의 회기를 꿈꾸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사회에 복고 문화가 부각된 때는 21세기를 전후해서다. “사람들은 밀레니엄을 지나면 인간사회에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꿈꿨지만 실상 21세기가 되어도 변화한 것은 없었다”는 박씨의 말처럼 21세기에는 전쟁, 경제불황, 환경오염 등과 같은 인간의 생명과 삶을 위협하는 불안이 계속됐다. 그래서 사람들은 불확실한 미래를 꿈꾸기보다는 풍족했던 마음을 가진 과거를 추억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태어난 복고는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문화로 재창조 되고 있다.

나를 표현하는 세상

패션의 ‘30년 주기설’을 아는가? 자신의 개성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고 복고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분야가 바로 패션이다. 30년이라는 시간은 보통 사회의 한세대를 일컫는데, 그 시간을 주기로 큰 유행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흔히 말하는 ‘30년 주기설’이다. 70, 80년대 젊은 문화의 주역이 2000년대의 중년이 되고 그들의 자녀들이 지금의 젊은 층이다. 그리고 그 자녀들은 부모의 젊은 시절과 정서적인 측면을 공유하기 때문에 비슷한 문화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달에 열린 ‘2005 F/W 서울컬렉션 패션쇼’에 참가한 조성경 디자이너는 당시 선보인 의상에 대해 “60년대 복고풍에 보헤미안 스타일을 가미시킨 낭만적인 의상”이라고 설명해 전문가들도 복고를 창조의 바탕으로 사용함을 보여주었다.

그 외에도 “새로운 것보다는 편안하고 눈에 익은 것을 찾는 소비자들의 성향을 이용하기도 한다”는 박씨의 말처럼 기업이 경제 불황의 탈출 수단의 하나로 복고를 이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진정한 패션 리더라면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서도 옷장을 열어 깊숙이 잠자고 있는 엄마의 옷을 꺼내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스타일로 개성있게 수선해 입는 센스를 보여주지 않을까.

패션뿐만 아니라 헤어스타일에서도 복고는 나타난다. 서경대 미용예술학과 김성남 교수는 “현재 유행하는 셋팅 퍼머는 과거에 주로 이용했던 열퍼머가 응용된 것이다”며 시술 방법에 있어서 복고가 나타난다고 했다. 또한 “염색을 할 때에도 고대 사람들이 사용하던 것처럼 식물성 염색제를 사용한다”며 화학 염색제를 사용하던 기존의 방법을 벗어나고 있음을 전했다. 이런 복고가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로는 개성있는 자신을 연출하기 위함일 것이다. 요즘은 동일한 문화 속에 사는 대부분 사람들의 모습이 획일화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연출하려는 과정에서 과거의 모습을 응용하게 된 것이다.

386을 찾아서

또한 복고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대중문화’이다. 지난해 트로트 열풍을 일으킨 장윤정의 ‘어머나’는 성인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트로트를 젊은이들도 공유할 수 있는 장르로 부활시켜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사실 음악에 있어서 복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수영, 조성모, 나얼 등은 과거에 유행했던 곡들을 리메이크해 많은 인기를 얻은 가수들이다. 최근 새 음반을 발매한 가수 윤종신은 ‘복고’ 자체를 컨셉으로 내세워 90년대 발라드가 들려줬던 아기자기한 멜로디를 새로운 감각으로 재창조했다. 386세대의 우상이었던 소방차, 이선희 등의 가수가 복고의 흐름에 맞춰 새로운 앨범을 내놓은 것도 과거의 추억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또한 「개그콘서트」의 ‘복학생’이나 ‘안어변 역시 복고를 공통적인 코드로 갖고 인기를 얻고 있다.

대중문화 평론가 김동식씨는 이러한 복고에 대해 “새로운 문화적 컨텐츠를 생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기된 상업적 타개책일 수도 있으며, 중장년층의 문화적 정체성 찾기의 과정에서 분출된 양상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러한 복고는 지나간 시대를 경험해 보지 못한 세대들에게 호기심을 동반한 신선함을 가져다 주기에 충분하다.

추억을 부르는 입맛

먹거리에 있어서도 복고 열풍은 피해가지 않는다. 혹시 예전에 브라질 원주민이 오렌지를 한 손에 쥐고 다른 한 손은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따봉’이라고 외치던 TV 광고를 기억하는가? 최근 한동안 사라졌었던 바로 그 ‘따봉’쥬스와 1960년대 최고 인기 빙과제품이었던 ‘삼강하드’가 다시 판매되기 시작했다. 한때 젊은이들 사이에서 ‘좋다’의 표현으로 널리 유행했던 ‘따봉’이 다시 우리 곁으로 다가 온 것이다. 또한 ‘삼강하드’ 역시 40년전의 맛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을 강조해서 다시 소비자들의 추억어린 입맛을 유혹하고 있다.

(주)롯데칠성 홍보과 성기승 과장은 “현재 경기가 침체돼 있는 우리 사회에서는 소비자들이 저렴한 음료를 선호한다”며 “저가의 새로운 음료를 출시하게 되었는데 그 이름을 과거에 유행했던 ‘따봉’으로 선택했다”고 했다. 브랜드 자체가 당시 워낙 유명했기에 사람들의 기억 속에 아직까지 뚜렷이 남아있는 제품을 이용해 판매 마케팅으로 삼은 것이다. 또한 “당시 젊은층이 지금의 주 소비층인 주부들이기 때문에 홍보를 굳이 많이 하지 않더라도 높은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성과장의 말에서 복고는 소비자들의 추억을 불러 일으켜 좋은 광고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복고가 아니면 유행은 없다

“이제는 복고가 아니면 유행은 없다”고 말하는 박씨의 말처럼 복고는 일상이 돼 버렸고 더이상 새롭다고 말하기 무색하다. 또한 박씨는 “요즘 복고는 과거의 것을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시기를 구분해서 과거의 어느 한 문화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최근의 복고는 시간의 연속성 위에 존재하는 새로운 문화 주류임을 설명했다. 더불어 “오늘날 복고는 ‘믹스&매치(mix&match)’가 중요하다”는 박씨의 말처럼 복고는 어디선가 본 듯한 그러나 새로운 것.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것을 창조해내는 과정을 거쳐야 좀더 발전적인 모습의 복고 문화를 탄생시킬 수 있다.

한 달 전에 산 핸드폰이 ‘구닥다리’가 돼 버리는 요즘 현실에서 복고를 외친다는 것이 어떤 면에선 역설적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숨쉴 틈 없이 돌아가는 생활 속에서 옛 것을 통해 여유로움을 간직했던 시절의 추억을 꺼내보는 것은 불확실한 미래를 점치는 새로운 방법으로 우리 곁에 스며들고 있다.

최종혁 기자  bokusip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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