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4일부터 6일까지 2박3일 동안 ‘역사교과서 왜곡·독도 영유권 주장·군국주의 부활 음모 규탄 한국대학생 방일대표단’(아래 방일대표단)으로 일본에 다녀왔다. 일본 현지의 심각한 사정으로 인해서 교과서 왜곡에 대한 기자회견을 비롯한 처음의 계획은 출발 전부터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최근 일본의 모습에 대한 분노와 우려를 직접적으로 전달하지는 못했지만, 일본의 군국주의화를 몸으로 느끼고 재일동포단체와 교류를 하며 이후에 어떻게 공동대응을 할 것인지를 논의하고 돌아온 뜻깊은 시간이었다.

첫날 나리타공항에 도착한 방일대표단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방송사 기자들과 우익단체의 집회였다. 기자들이 인터뷰를 요청해서 잠시 멈춰있던 사이에 우익단체의 한 아저씨가 ‘조센짝 다케시마…’ 라고 소리를 지르며 대표단에게 다가오는 일도 있었다. 그 일을 몇몇 일본 언론은 한국에서 온 과격한 대학생들 때문에 공항에서 충돌이 있었다는 식으로 왜곡 보도했다. 공항을 빠져나와 이동하는 대표단의 뒤를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따라왔는데, 숨지도 않으면서 미행을 하는 모습은 2박3일 동안 계속되었다.

둘째 날에 군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를 돌아보려던 계획도 그곳에 모여 있던 우익세력들 때문에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신사 앞에 있던 일본 경찰들은 ‘… 신변이 위험해지더라도 막아줄 수 없다’고 하며 대표단이 들어가는 것을 저지했다. 교포들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독도문제나 교과서왜곡 평화헌법개정 등에 대한 일본 언론의 보도행태를 보여주며 일본의 우경화가 오래 전부터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진행돼 오고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정신대 보상요구는 몸을 판 것도 모자라 명예까지 팔아서 돈을 벌려는 짓이다’ 라고 하는 이시하라 신타로가 압도적인 표차로 도쿄 도지사에 재선되는 분위기였다. 뿐만 아니라 교포들이 일본에서 극우단체의 위협을 느낄 때가 많다고 했고, 창씨개명을 하지 않으면 취직과 일상적인 사회생활도 굉장히 어렵다고 했다.

일본까지 가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지만 이후에 어떻게 할 것인지를 논의하고 준비하는 첫 발걸음을 내딛고 돌아왔다고 생각한다. 대표단이 일본에 방문한 것을 계기로 재일교포 단체들 간의 논의가 활발해지고, 남과 북과 일본에 있는 청년단체들 사이의 논의도 이뤄졌다. 그 결과 일본의 군국주의화와 그 뒤에 숨어있는 미국, 동북아시아의 평a화를 위협하는 미국과 일본의 군사동맹을 남·북, 해외의 우리 민족이 힘을 합쳐서 막자는 내용의 공동결의문을 작성할 수 있었다. UN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시도 등 계속되는 일본의 군국주의화를 막는 데 연세인들도 많은 일을 해야할 것 같다.

/박기일(물리·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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