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생에는 적당한 굴곡이 필요하듯이 한 기관의 성장에도 적절한 응집과 확산의 계기가 필요하다.

올해는 을유년이라, 지나왔던 을유년을 한번 되돌아보고 싶다. 우리 대학과 을유년은 특별한 인연의 고리가 있다. 1885년은 대학 설립자 언더우드박사가 이곳에 첫 인연을 맺은 해이고, 1945년은 일제 하에서 벗어나 광복을 맞은 해이다. 이러한 까닭으로 우리 대학에서는 창립 120주년을 기리는 갖가지 의미있는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나는 이 행사야말로 우리 연세인 각자가 자신의 위치에서 자기 성장이 연세의 성장이요, 민족의 성장이라는 연세인으로서의 사명감을 확인할 호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교정의 중심에 서 있는 설립자의 동상에 다시 눈길이 간다.

“이 동상은 에취 지 언더우드박사라. 쥬 강생 천팔백 팔십오년 사월에 박사ㅣ 이십오의 장년으로 걸음을 이 땅에 옴겨 삼십삼년동안 선교의 공적이 널이 사방에 퍼지고 큰 학교론 연희전문이 이루히니 그럴사 박사ㅣ 늙으시도다. 신학 문학의 높은 학위는 박사ㅣ 이를 빌어 묵어움이 아니라 얼굴로 좇아 얼른 살피기 어려우나 이렇듯이 연세보다 지나 쇠함을 볼 때 누구든지 고심으로 조선민중의 믿음과 슬긔를 돕든 그의 평생을 생각할지로다. 베푼 배 날로 늘어감에 딸아 우리의 사모ㅣ 갈수록 깊으매 적은 힘을 모아 부은 구리로서나 발불함을 찾으려함이라. 뉘 박사의 일생을 오십 칠세라 하더뇨. 박사ㅣ의연하게 여기 계시도다.”

그런데 학교 창설 은인의 이 동상은 세 번의 풍상을 겪었다. 일제 말기에는 일본인에게 빼앗겼고, 해방 후 1948년에 다시 세운 후에는 6.25 사변으로 공산군의 손에 파괴되었고, 1955년에 세 번째 세웠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동상이 겪는 시련이 없다고 만족할 것이 아니라 추모의 대상이 된 그 근본정신을 확산시켜야 할 때가 되었다. 연세 구성원 모두가 힘을 모아 연세정신을 재응집시키고, 각각의 위치에서 이를 확산시키는 다양한 운동을 시작하는 120주년이 되었으면 한다.

이러한 마음을 품고 필자 나름대로는 근래 우리 고전 중 최고의 지성미를 갖춘 소설을 현대화하는 작업을 해보았다.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축으로 하면서 유·불·선의 조화를 보여주는 『구운몽』은 동양인의 전통적 삶의 지혜를 보여주는 명작이다. 필자는 이러한 『구운몽』 의 작품성을 세계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장편 애니메이션 『니르바나의 사랑』의 시나리오를 최근에 완성했다. 모쪼록 이것이 한국 애니메이션이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하나의 돌파구가 되고, 고전의 재해석과 참신한 가공을 통한 전통문화 콘텐츠개발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또한 이것이 학술을 근거로 한 영상문화산업의 새 전기를 마련하여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게 되고, 나아가 믿음과 슬기를 내세운 연세의 설립 정신을 확산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국어국문학과 설성경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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