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바쁜 일상. 시계는 똑딱거리면서 부단히 제 일을 하고, 봄여름가을겨울은 그들만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날 방문하곤 하지만 자신을 놓아버린 생활 속에서 그것들은 반갑지 못한 손님일 뿐이다. 우리들은 무기력하게 주저앉아 버리려고 한다.

▲포기한다는 것. 가장 솔직할지 모르나 가장 잔인할 수 있는 말. 우리는 지치고 자신없음이 포기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사유가 된다고 쉽게 인정해버린다. 우리는 때로 포기하지 않는 것은 어떤 것에 대한 쓸데없는 집착이고 미련이라는 이유로 포기에 대한 스스로의 행위를 정당화시키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금요일 오후 늦게부터 일요일 새벽까지 진행되는 신문 제작은 뿌듯함과 열정을 잃어버렸다는 대가로 내게 벅찬 피로감과 매너리즘을 안겨준다. 타자기 위의 재빠른 손놀림, ‘따르릉’ 바쁘게 울려대는 전화벨소리,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들을 해야 하는 책임감,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는 부딪힘, 무엇보다 견디기 어려운 것은 초심을 잃어버리고 만 나약한 나의 모습을 발견하는 고통. “그땐 그랬지” 하는 허탈한 회상 속에 진정으로 살아 움직이며 행복해하던 과거의 나와 비교하는 순간 지금의 나는 슬프다. 그 슬픔을 위로로 해 나는 또다시 나 자신을 놓으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그러나 그 순간에 나는 아침을 맞는다. 힘든 제작의 시간과 싸워 신문사 밖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상쾌하다. 푸른 하늘을 보며 감탄을 하고 있는데 내 볼을 때리는 잔인한 4월의 바람은 기분좋게 아플 지경이다. 움츠러버린 나의 가슴에 기지개를 펼 때 내 몸속에 잉태돼 있는 꿈틀거리는 힘과 에너지의 존재에 나 스스로 놀라 어이쿠, 그만 엉덩방아를 찧고 만다. 참으로 놀라운 충격이다.

▲‘포기란 배추를 셀 때나 하는 말이다’. 요즘 한창 인기인 싸이월드를 돌아다니다가(?) 이 문구를 발견하고서는 다소 당황스럽지만, 녀석이 제법 기특했기에 웃어주었던 기억이 난다. 그 건방진 녀석이 어느덧 내 머릿 속에 자리를 잡고 버티는 바람에 나는 이제 든든하다.

▲물을 끓이면 증기에너지가 생긴다. 0℃의 물에서도, 99℃의 물에서도 증기에너지를 얻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 차이가 자그마치 99℃나 되면서도 말이다. 증기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물이 100℃를 넘어서부터다. 그러나 99℃에서 100℃까지의 차이는 불과 1℃라는 사실에 나는 감격하고 감격한다. 99℃까지 올라가고도 1을 더하지 못해 포기하는 순간, 희망은 사라지는 것이다.

▲포기하기까지의 망설임과 그 순간들은 고통스럽다. 그러나 내 몸을 설득시켜 마지막 1℃를 향해 껑충 뛰기만 하면, 난 다시 새로워진다. 이제 내 존재에 대한 놀라운 충격으로 넘어져 더러워진 바지를 훌훌 털어버리자. 다시, 시작이다. 오늘도 햇살이 싱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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