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신함을 찾는 소비문화 - 디자인 쇼핑몰과 홍대 프리마켓
“남들과 똑같은 건 싫어요. 디자인이 새롭고 기발해서 자주 찾게 돼요”라고 말하는 신은지양(인문계열·05). 요즘 디자인 쇼핑몰을 즐겨찾는 젊은이들이 부쩍 늘고 있다. 디자인 쇼핑몰은 감각적인 디자인 제품을 파는 곳으로 기존 제품과는 차별화된 상품들로 젊은층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코즈니(Kosney)’는 대표적인 디자인 쇼핑몰로 지난 1999년 압구정에 처음 매장을 연 이후 지난 2004년 매출 2백억을 기록했다. 또한 지난 2004년 12월 신촌거리 한복판에 문을 연 ‘dcx’는 온라인 쇼핑몰 ‘스토아 정글’에서 시작했다. ‘dcx’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독특하고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이며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어 오프라인까지 매장을 확장했다. ‘1300k’ 또한 온라인몰에서 매니아를 확보해 지난 2004년 10여개의 매장을 오픈했고, 올해에도 20여개의 점포를 열 예정이다.
세련된 이미지의 디자인 쇼핑몰
디자인 쇼핑몰의 일반적인 특징은 판매하는 물건이 한정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다이어리, 머그컵, 모자, 쿠션, 인형, 핸드폰줄, 앨범, 슬리퍼, 시계 등 없는 물건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판매하는 물건이 워낙 많아서 종류를 셀 수 없을 정도”라며 “매일 새로 들어오는 상품을 다시 진열한다”는 ‘dcx’ 신촌점 김진옥 직원의 말처럼 디자인 쇼핑몰은 여러 종류의 상품들을 자연스럽게 배열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진열된 상품들은 수입해서 들여오는 물건들도 있지만 디자이너들이 직접 손으로 제작한 것이 대부분이다. 디자인 쇼핑몰은 상품의 디자인 못지 않게 인테리어 또한 감각적으로 꾸며져 있다. 항상 새로운 스타일을 선호하는 젊은이들의 시대적 소비성향에 맞춰 상품, 인테리어 하나하나까지 디자이너들의 손길이 안 거친 곳이 없다. dcx는 사람들이 밝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연두색을 사용해 내부를 꾸며 사람들이 매장에 들어서면 밝고 화사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찾는 소비자는 주로 젊은 여성들이 많다. 하지만 남성들도 매장 곳곳에서 눈에 띈다. “커플들에게 데이트 장소로 애용되기도 한다”는 김직원의 말처럼 이 곳은 부담없이 만나서 아기자기한 상품을 구경하기에도 좋다.
하지만 다양한 디자인과 인테리어에 신경을 쓰다보니 ‘가격’ 면에서는 소비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많다. “디자인이 개성있고 예쁘지만 선뜻 구매하지는 못한다”는 주민서양(사회계열·04)의 말처럼 일반 팬시점의 같은 종류의 상품들에 비해 가격이 훨씬 비싼 편이다. 특히 “아주머니들이 오셔서 너무 비싸서 못 사겠다고 지적하기도 한다”는 아르바이트생 성신여대 박윤희양(조소과·02)의 말처럼 기성세대들의 눈에는 이 곳의 상품들이 턱없이 비싸게만 보일 뿐이다. 하지만 자기만의 독특한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이들에게 디자인 쇼핑몰은 이미 그들만의 소비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소비자와 함께 하는 예술시장
디자인 쇼핑몰의 가격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은 것과는 대조적으로 전혀 가격에 걱정이 없는 또 다른 소비공간이 있다. 바로 ‘프리마켓’과 ‘희망시장’이다. 프리마켓과 희망시장은 운영하는 단체가 다르고 부수적인 활동에서 차이가 있지만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작가들이 창작한 작품을 전시·판매하는 ‘예술시장’이라는 기본적인 성격은 비슷하다. 이 곳에 참가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다음’에 마련된 카페에 가입을 한후 참가신청을 하면 누구나 자신의 작품을 직접 전시·판매할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물건이 다양해서 고르는 재미가 있다”며 “세상에서 하나뿐인 나만의 상품을 구입할 수 있어 좋다”는 서강대 김은지양(화공·04)의 말처럼 이 곳에선 똑같은 디자인을 가진 물건은 찾아볼 수 없다. ‘작갗가 손수 만들고 꾸민 작품만 팔기 때문이다. 의류에서부터 각종 수공예 악세사리, 비누와 같은 생활용품까지 전시된 작품의 종류도 다양하다. 시중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종류의 물건들이지만 프리마켓과 희망시장의 물건들은 작가들의 정성이 담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최현정 사무국장은 “직접 창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고 그것을 소유하고 자신의 생활로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사람들이 프리마켓을 찾는 이유”라며 “생활 속에서 창작하는 사람들 또한 자신의 작품을 자유롭게 펼쳐 보이며 소비자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말로 프리마켓의 인기비결을 분석했다. 이처럼 작가와 고객의 직접 거래를 통해 자유로운 판매가 이뤄진다는 점과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디자인에 끌려 많은 사람들이 이 곳, 홍대 앞 놀이터를 찾고 있다. 2002 월드컵 문화행사의 일환으로 시작한 프리마켓은 시민작가들의 참여도와 소비자들의 호응이 높아 ‘홍대신촌문화포럼’이 진행했지만 이 포럼이 해체된 이후에도 프리마켓 기획단으로 떨어져 나와 현재는 ‘일상예술창작센터’가 주최하고 있다. 희망시장에서는 일반 시민과의 소통을 중요시하고 함께 하려는 행사를 많이 마련하려기 위해 재활용품 전시회, 희망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03년 8월에 문을 연 희망갤러리는 6평의 작은 공간이지만 ‘오픈스튜디오’로 사랑받고 있다. 프리마켓도 이와 비슷한 행사로 생활창작워크샵과 인디뮤지션들의 공연 등을 진행한다. 생활창작워크샵은 작가와 시민이 함께 작품을 만들고 창작의 계기를 마련하는 행사로 격주로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프리마켓과 희망시장은 단순히 물건 판매뿐 아니라 여러가지 부수적 활동을 통해 ‘문화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 곳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지만 ‘아무나’ 작가가 되어 참여하기는 어렵다. 단순히 자신이 만든 것에 가치를 두는 것보다 ‘창작’을 중요시 하기에 작가 선정 절차가 약간 까다로운 편이다. 또한 행사가 끝난 후에 쓰레기 처리가 문제점으로 지적됐지만 마포구청과의 대립 이후 각 단체들에서 청소를 깨끗하게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점점 놀이터의 청결에 힘쓰고 있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참신함으로 승부하는 소비공간
남들과 비슷한 것을 거부하고 ‘참신한’ 것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에게 어필하며 하나의 ‘소비문화’로 자리잡고 있는 디자인 쇼핑몰과 프리마켓 그리고 희망시장. 분명 이 두가지 유형의 소비공간은 많은 차이를 보인다. 디자인 쇼핑몰은 비싼 가격과 전문적인 디자이너의 상품, 깔끔한 인테리어로 사랑받고 있다. 반면 프리마켓과 희망시장은 자유로운 분위기와 부담없는 가격, 소비자와 생산자가 소통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젊은이들의 소비경향과 함께 자라온 디자인 쇼핑몰과 프리마켓은 각기 다른 색깔을 빛내며 더 나은 공간으로 태어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