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대 정희모 교수를 만나다

“‘알아야 할 것을 찾아간다’라는 마음으로 나아가는 것.” ‘공부란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정희모 교수(학부대·현대소설)는 이렇게 대답한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 그리고 문제를 풀고난 후의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마음가짐만 있다면 힘들게만 여겨지는 공부도 재미난 것이라고 말하는 정교수. 연세인의 공부문화에 대해 듣기 위해 교육현장에서 직접 많은 학생들의 공부문화를 접하고 있는 정교수를 만나봤다.

▲고학번 학생들은 요즘 신입생들이 1학년때부터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실제로 신입생들은 벌써 공부를 많이 해야한다고 느끼는 것 같다.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시면서 이러한 변화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가.

 몇몇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놀면서 하는 것이라는 기존의 인식과 실제 대학생활과의 괴리감을 느끼고 있었다. 사실 ‘노는’대학생은 70~80년대의 얘기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정작 대학에 관한 이런 인식은 변화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러한 면에서 이번에 학교에서 실시하는 ‘학부생 공부 2배 시키기 운동’은 대학생활은 놀면서 즐기는 것이라는 학생들의 인식을 바꾸는 출발선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다만 공부의 양적 증가만이 아니라 질적 발전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좋은 학점을 받는 것에만 집중하는 현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좋은 학점을 받는 것은 어느 정도 중요하긴 하다. 하지만 취업을 위해 좋은 학점만을 목적으로 하는 학생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 바로 ‘취업’이 종착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학생들은 직장에 들어가서도 끊임없이 경쟁 상황을 겪어야 한다. 그리고 이때부터 중요한 것은 높은 학점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하는 사고 능력이다. 앞으로 점점 학점만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경향은 사라져 갈 것이다. 실제로 이미 많은 기업들이 단지 학업 성취도 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종합적 능력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단지 학점에만 연연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앞에서 강조한 ‘다양한 경험’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는지. 

 일단 학생들은 우리대학교에서 제공하는 여러 커리큘럼만 찾아봐도 다양한 학문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그렇지만 학생들이 이를 잘 눈여겨 보지 않는것 같아 안타깝다. 또한, 연극이나 영화 감상과 같은 문화생활과 여행, 그리고 동아리 활동이 있다. 특히 동아리 활동은 다양한 대인관계를 경험할 수 있어 점점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독서와 토론’, ‘명저읽기’등 독서에 관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입장에서 독서에 관한 조언을 해준다면.

일단 책의 선택에 있어서 어떤 책을 읽을지 막막한 학생의 경우 추천 도서나 고전을 중심으로 읽는 것이 좋은데, 특히 200~300쪽 분량의 이야기 흐름이 있는 작품으로 시작하길 권한다. 둘째로 독서계획을 세우는 것인데, 설사 계획을 세웠어도 혼자 지켜나가다 보면 도중에 포기할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독서모임이나 동아리에 참여하거나 ‘독서와 토론’ 같은 수업을 듣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흔히 학생들은 책을 깨끗이 읽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흔적을 남기며 읽는 것이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따라서 줄도 긋고 느낌에 대한 기록도 하며 읽을 수 있도록 좋은 책은 직접 사서 보는 것이 좋다. 덧붙여 고전 같은 경우 책이 쓰여진 시대적 배경을 알고 읽으면 사회문화적인 맥락에서 좀 더 폭넓은 이해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나는 학생들에게 “지금 읽지 못하면 평생 못 읽는다”는 말을 자주한다. 보통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독서를 할 수 있는 여유는 줄어든다.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중엷라고 하지말고 ‘지금’부터 풍부한 독서를 하는 것이다.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 정교수가 건네준 논어의 한 구절이다. 공부를 하나의 과업으로 여기고 힘들어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공부를 즐기려는 사람만이 공부의 참맛을 알게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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