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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석] 수녀원에 간 남자들뮤지컬 '넌센스 A-men'
  • 최종혁 기자
  • 승인 2005.04.11 00:00
  • 호수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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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고 버림받은 이를 위해 일생을 바치고 인류에게 깊은 감동을 남긴 마더 테레사. 그녀가 온 세상에 사랑을 전파시켰다면 그것에 버금가는 웃음을 전달하는 수녀들이 있다. 바로 『넌센스 A―Men』의 5명의 ‘남자’ 수녀들이다. 이 작품은 수녀의 고정관념을 깨고 성스러운 수녀의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남자 수녀를 통해 즐거운 웃음을 선사한다.

『넌센스 A―Men』은 제목 그대로 시작부터가 넌센스하다. 평화로움이 감돌던 수녀원에서 어느 날 주방 일을 맡은 줄리아 수녀가 만든 수프를 먹고 52명의 수녀들이 식중독에 걸려 죽고 만다. 다행이도 게임을 하러 나갔던 5명의 수녀들만이 목숨을 건진다. 항상 주목받길 원하는 원장수녀 메리 레지나, 원장수녀의 그늘에 가려 ‘넘버 투’에 머물러 있는 메리 휴버트, 가수를 꿈꾸는 로버트 앤, 기억상실증에 걸렸지만 어리숙함이 매력적인 메리 엠네지아, 발레리나를 꿈꾸는 순수한 막내 메리 리오. 이렇게 살아남은 수녀들이 죽은 수녀들의 장례를 치른다. 하지만 원장수녀의 계산착오로 VTR을 사는데 돈을 써 버리는 바람에 48명의 장례밖에 치를 수 없게 된다. 어쩔 수 없이 나머지 4명의 수녀는 당분간 냉동실에 보관된다. 이에 살아남은 수녀들은 4명의 수녀들의 장례식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공연을 선보인다.

수녀들은 각자 최선을 다해 무대 위를 장식한다. 비록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은 흑백이지만 공연 내내 풀어놓는 그들의 이야기는 무지갯빛보다 더 아름다운 빛깔을 지니고 있다. 엠네지아 수녀의 어리숙하면서도 아슬아슬한 퀴즈쇼는 관객들에게 선물을 나눠줌으로써 객석과 무대 사이에 드리운 벽을 허문다. 그리고 리오 수녀의 신앙 고백은 마치 한 마리의 나비가 나풀거리는 듯한 발레로 진행돼 그가 남자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만들었다.

점점 무대와 관객이 하나가 되어가던 중 보건복지부에서 다녀간 감사관이 냉동실에 수녀들의 시체를 보관하던 것을 문제삼아 호출장을 보냈다. 그들은 빨리 수녀들의 장례비를 벌기 위해 줄리아 수녀의 요리책을 팔아 돈을 마련하려 하지만 책 속의 내용이 지나치게 음탕해 판매를 포기한다. 더 이상 방법이 없자 마침내 원장수녀는 가수가 꿈인 로버트 수녀에게 무대에 설 기회를 준다. 무대 위를 누비며 「스타되길 원하네」를 부르는 로버트 수녀는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는다. 이어 무대 위에 홀로 남은 엠네지아 수녀는 순간 자신이 과거 엄청난 상금이 걸린 ‘도전 골든벨’에서 5백문제를 맞추고 우승했던 메리 폴이었다는 기억을 되찾고 상금을 받을 수 있게 되어 장례식에 필요한 돈은 모두 마련되고 수녀들은 기뻐한다. 관객과 더불어 모든 이들이 즐거워하는 와중에 휴버트 수녀는 수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 성자가 되는 길에 대해 노래를 부르며 뮤지컬은 막을 내린다.

『넌센스 A―Men』에는 특별한 주제가 없다. 하지만 이 작품이 선사하는 ‘웃음’보다 더 의미있는 주제는 없을 것이다. 문득 세상이 낯설고 쓸쓸하게 느껴져 일상을 잠시 잊고 싶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극장 문을 열고 5명의 수녀들이 들려주는 넌센스에 흠뻑 취해보자.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오는 18일까지.

최종혁 기자  bokusip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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