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이 주체가 되는 영화 축제, 7회 서울여성영화제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

지난 8일부터 15일(금)까지 8일 동안 열리는 7회 서울여성영화제가 신촌 아트레온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지난 8일 아트레온 앞 ‘열린 광장’에서는 경쾌한 꽹과리 소리와 함께 국악퍼포먼스 ‘만남’이 공연돼 축제의 열기를 더해줬다.

방송인 배유정과 영화배우 이혜은의 사회로 진행된 7회 서울여성영화제 개막식에서는 이혜경 집행위원장의 영화제 개막선언에 이어 배종신 문화관광부 차관, 이명박 서울시장의 축하 메시지가 이어졌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이런 영화제가 있다는 것은 서울시의 자랑거리”라고 말해 많은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또 개막작 『홀리 걸』의 루크레시아 마르텔 감독이 등장해 “여성이 서울시장이 되면 이런 여성영화제는 필요없지 않겠냐”는 우스갯소리로 관객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또한 영화배우 추상미, 장미희, 이충직 영화진흥위 위원장 등 영화계 유명인사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영화배우 추상미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영화제에 많이 참여했으면 한다”며 “이번 여성영화제를 계기로 여성영화인들이 많이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설렘과 기대 가득한 표정으로 건넸다. 개막식 도중 축하 메시지 다음 순서였던 ‘각 부문 프로그래머가 추천한 상영작 하이라이트’가 기술상의 문제로 인해서 잠시 지연되기는 했지만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과 기자들의 열띤 취재로 영화제의 열기는 식을 줄을 몰랐다.

지금의 영화제에 이르기까지

서울여성영화제는 지난 1997년 4월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1개 상영관으로 힘차게 출발했다. 3회 때는 2개관, 4회 때는 3개관으로 그 규모를 확장하면서 내용도 해를 거듭할수록 풍성해져 전 세계 여성 영화의 최신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영화제로 발돋움했다. 그동안 영화제의 관객층도 다양해졌다. 서울여성영화제 도은정 행정팀장“작년 6회의 경우 남성 관객이 생각보다 많았고, 올해 역시 예매 관객 중에 중년 남성들도 있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해마다 90%에 가까운 좌석 점유율을 자랑하는 서울여성영화제는 이번에도 예년 못지 않은 뜨거운 반응이 예상된다.

일곱번째 영화제만의 특색

이번 영화제는 ▲새로운 물결 ▲영페미니스트포럼 ▲터키영화특별전 ▲베라 히틸로바 감독특별전 ▲한국영화 회고전 ▲여성영상공동체 ▲아시아단편경선 등 7개 부문에 걸쳐 총 27개국의 86편의 영화가 상영될 예정이다. 예년 영화제에 비해 이번 영화제의 특징은 미국, 유럽, 일본의 영화에 집중됐던 시선을 아프리카, 그리스, 터키 등 다양한 작품까지 확장시켰다는 점이다.

영화제가 준비한 7개의 섹션 중에서 최근 성매매 특별법 시행과 관련해 ‘여성영상공동체’의 ‘아시아 지역의 성매매 현실과 현장의 목소리’라는 주제의 섹션이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아버지가 어린 딸을 성매매 현장으로 내몰고 있는 현실을 다룬 다큐멘터리 『고속도로 창녀들』, 한국의 미군기지촌을 배경으로 복합적인 성매매의 현실을 탐구하는 영화 『마마상』 등 성매매 현실에 대한 여러 작품들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부대행사로 12일(화)에는 ‘아시아 지역의 성매매 현실과 비디오 액티비즘’이란 주제의 ‘서울여성영화제 국제포럼 2005’가 이화여대에서 열리게 된다. 10대 여성들의 성과 섹슈얼리티를 다룬 ‘영 페미니스트 포럼’도 주최측이 심혈을 기울인 섹션이다. 10대 여성들이 문화 산업의 주요 소비 주체로 등장하고 있지만 원조교제, 10대의 임신 경험 증가 등의 문제 또한 발생하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영 페미니스트 포럼은 이와 같이 어두운 현재의 담론 속에서 자신의 욕망과 성적 결정에 대해 당당하게 말하고 표현하는 10대 여성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낸다. 10대 여성들이 직접 기획하고 구성하는 포럼을 마련해 그들의 ‘성’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를 가질 예정이다.

“관객들과의 소통을 위해 감독들과의 대화도 준비하고 있다”는 도팀장의 말처럼 서울영화제는 ‘영화’ 이외에도 다른 볼거리와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아시아 여성영화인의 밤’이 12일(화), 성매매 피해 여성을 지원하는 바자회인 ‘핸드인핸드’가 15일(금)까지 열린다. 이렇게 다양한 행사 준비와 진행에는 ‘자원봉사자’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자원봉사자 민혜빈양(사회계열·05)은 “관객들과 나에게 모두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영화제에 참여하는 소감을 밝혔다. 여성영화제라고 해서 여성 자원봉사자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85%가 여성 자원봉사자이지만 “원래 영화제에 관심이 있었는데 현장 에서 활동해보니 영화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는 강원대 하성태군(국문·98) 같은 남성 자원봉사자들의 열정도 그에 못지 않다.

더 뜨거운 환호와 박수를 기대하며

많은 언론의 관심 속에서 화려하게 출발한 서울여성영화제. “예전에는 여성주의 문화활동의 일환으로 취급받았지만 지금은 독립된 축제로 정착했다”는 도씨의 말처럼 서울여성영화제는 우리나라의 주요 영화제로 우뚝 성장했다. 일반 영화관에서는 영화를 보면서 큰 반응을 보이기 어렵지만 이번 영화제는 말 그대로 함께 즐기는 ‘축제’이기 때문에 영화 상영 중에도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 갈채와 열렬한 환호가 허용된다. 여성의 삶을 한층 더 이해하고 그들과 좀 더 깊은 소통을 할 수 있는 서울여성영화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는 건 어떨까.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