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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지역에게 말을 거는 담장없는 대학지역사회에 다가가려는 노력, 대학 담장 허물기
  • 최욱 기자
  • 승인 2005.04.04 00:00
  • 호수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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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대학’

그동안 이런 구호는 대학 안팎에서 가시적인 성과 없이 공허한 울림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서울 소재 대학들을 중심으로 캠페인처럼 번지고 있는 ‘대학 담장 허물기’는 지역주민들에게 ‘열린’ 캠퍼스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결코 허물어지지 않을 것 같은 캠퍼스의 장막이 이제 서서히 걷히고 있다.

정책으로 거듭난 담장 허물기

‘대학 담장 허물기’는 지난 2002년 10월 중앙대가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정문과 260m에 이르는 정문 주변 담장을 허물면서 시작됐다. 지난 2003년 8월부터 서울시가 서울 시내 15개 대학을 대상으로 ‘대학교 담장개방 녹화사업(아래 담장개방 사업)’을 추진하면서 대학 담장 허물기는 ‘운동’에서 하나의 ‘정책’으로 다시 태어났다. 서울시측에서 대학 담장 허물기를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유는 서울의 경우 외국의 주요도시에 비해 녹지 면적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학의 담장을 허물어 그 자리에 수목을 심고 공원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 서울시의 궁극적인 목표다. 이러한 목표에 따라 고려대, 한국외대, 명지대, 서울산업대, 서울의대가 담장개방 사업에 이미 동참했다. 서울시는 올해 안으로 7개 대학을 대상으로 이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7개 대학 안에는 우리대학교를 비롯해 숙명여대, 경기대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사업의 실무담당인 서울시 조경사업부 이용우 과장은 담장개방 사업을 확대해 나가는 이유를 “대학의 담장을 허물어 삭막했던 도시경관을 개선하고 캠퍼스를 녹지공원으로 조성해 지역주민에게 개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 사업을 위해 1백50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자할 예정이며 현재 담장을 허물고 녹지를 조성하는 비용을 대부분 부담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서울시의 담장개방 사업에 따라 허물어진 담장 자리에는 나무들이 심어져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한국외대의 경우 정문에서 후문으로 돌아가는 7백30m에 이르는 담장을 허문 자리에 1만5천여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고려대 역시 1.94km에 달하는 담장과 인촌로변 51m의 방음벽을 철거한 뒤 나무 5만 그루가 숨쉬는 산책로를 조성했다. 담장을 가장 먼저 없앤 중앙대 시설관리과 빈성일 시설계장은 “지역주민들의 반응이 좋아서 정문뿐 아니라 후문의 담장도 철거했다”며 “앞으로 캠퍼스가 주민들의 휴식공간이 될 수 있도록 담장개방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해 서울시의 정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고려대 이기철군(경제·03)도 “담장이 개방됐다고 해서 큰 불편은 느끼지 못한다”며 “예전보다 산책로와 나무가 많아져 캠퍼스가 더욱 정돈된 기분”이라고 말해 담장개방 사업에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우리대학교 담장의 미래는?

우리대학교 역시 다른 대학과 마찬가지로 서울시의 담장개방 사업에 따라 담장 허물기를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2003년에 처음 서울시로부터 담장개방 사업에 동참해줄 것을 제의받은 우리대학교는 담장의 일부를 개방하겠다는 의사를 서울시에 전달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일부개방은 사업효과가 미흡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 담장개방 사업은 난항을 겪게 됐다. 하지만 양측은 그 이후 여러 차례 의견을 조율한 끝에 8일(금) ‘종합환경관리위원회’에서 담장개방 수용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다른 대학들의 사례가 참고가 될 수는 있지만 우리대학교가 당장 담장개방 사업에 참여하기에는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많다. 우선 담장이 없어질 경우 발생할 도난사건에 대비해 방범 시스템을 강화해야 하기 때문에 관리비용이 증가할 것이다. 그리고 학교에서 허용하지 않는 외부단체의 집회가 있을 경우 학교에서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도 담장개방에 선뜻 동의를 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러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담장 허물기는 외국에서는 매우 흔한 사례”라며 “우리대학교도 언젠가는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민선주 교수(공과대·건축설계)의 말처럼 담장개방 사업은 계속 미룰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캠퍼스마스터플랜 연구위원인 민교수는 지난 2003년부터 담장개방 사업에 대해 연구한 결과, 얼마 전 「연세대학교 담장 및 정문 계획안」을 발표했다. 이 계획안에 따르면 우리대학교에는 ‘개방형 담장’이 필요하다. 개방형 담장이란 지금처럼 폐쇄적인 담장을 철거한 후 그 자리에 나무를 심거나 화단, 벤치, 조형물 등을 설치해 담장의 기능을 대신하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담장개방 사업을 추진한 대학들도 기존의 담장을 허문 뒤 이러한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또한 이 계획안은 정문과 남문 사이의 공간에 공원을 조성해 학생과 지역주민의 휴식공간을 만들 것을 제안하고 있다. 민교수는 “지금의 담장을 허물고 개방형 담장을 설치하면 미관상 좋을 뿐 아니라 학교가 문화시설 기능을 수행해 우리대학교의 대외적 위상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초록빛 가득한 대학 캠퍼스

미국이나 유럽의 대학을 보면 지역사회와 잘 어울려 ‘대학촌’을 이루고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녹지가 우거져 아름다운 캠퍼스를 자랑하는 하이델베르크대, 캠브리지대, 옥스퍼드대 등이 대표적인 곳으로 꼽힌다. 이처럼 도시와 대학의 물리적 경계를 제거하는 것은 우리가 습관처럼 외치는 ‘지역과 함께 하는 대학’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담장을 허물고 그 자리를 살아 숨쉬는 나무의 초록빛으로 채워나갈 때 대학 담장 허물기는 완성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최욱 기자  weezer512@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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