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대학생들의 문화교류 모임을 찾아서

한일협정 40주년이 되는 올해 2005년은 ‘한일 우정의 해’이다. 하지만 이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최근 독도 문제를 비롯한 한-일 역사 문제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여기, ‘멀지만 가까운 우리’를 꿈꾸고 있는 한일 대학생 모임들이 있다. 20년 정도를 꾸준히 교류하며 서로 이해의 폭을 넓혀 가고 있는 세 단체 ‘한일학생포럼’, ‘한일학생교류’, ‘한일학생회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세 단체들은 약간의 차이를 보이지만 기본적으로 ‘한국과 일본의 학생들이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모였다’는 목적은 비슷하다. 세 단체 모두 미리 포럼을 진행할 조를 짜고 주제를 선정해 서로 충분히 공부하고 토론한 뒤 한국 또는 일본에서 공식행사를 갖는다.

간극을 좁혀 나가는 대학생들

“민족주의나 내셔널리즘 같은 주제는 명확한 해답이 나올만한 문제가 아니지만 얘기하다 보면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고 말하는 한일학생포럼 회장 고봉식군(경제/경영·98)의 말처럼 역사왜곡 문제, 독도문제 등 민감한 사안들은 일본 학생들과 의견이 대립될 때가 많다. 밤새 ‘독도문제’에 대해 토론을 했다는 절친한 친구사이인 한일학생교류의 와세다대학 다카사키 쇼타군(정칟02)과 경희대 이승호군(경제통상학부·02). 그들 역시 함께 열띤 토론을 했지만 끝내 결론은 내지 못했다. 그들은 단지 서로의 생각을 확인하고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학생들의 독도에 대한 관심에 비해 일본학생들의 독도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독도라는 존재를 모르는 학생들도 많다”며 “언론의 보도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하는 허기오군(경영·00)의 말처럼 독도 문제에 대해 들어는 봤어도 자세히는 모르는 상황이다. 그래서 한국 학생들이 오히려 설명을 해주는 쪽이고 이런 분야의 토론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 1984년 한일학생교류가 생긴 이후로 한일학생회의, 한일학생포럼이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졌다. 그 당시엔 지금처럼 한국과 일본의 교류가 원할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일본 학생들이 서울로 와서 행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인터넷이 존재하지 않아서 전화나 편지로 서로의 소식을 알려야 했고 한국 학생들의 일본으로의 출국도 금지된 상황이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들이 교류를 지속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한일학생회의 부회장 신일동군(이학계열·04)은 “내가 아닌 남을 보고 싶었고, 남을 통해서도 나를 보고 싶었다”며 1기 선배들의 말을 인용해 이 질문에 대해 대답했다.

“친구 얻게 된 게 가장 좋아요”

문화교류 또한 토론 만큼이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일학생포럼의 고군은 “대부분 우리 쪽에서는 봉산탈춤, 사물놀이, 응원 등을 보여주는데 재작년에는 일본 학생들이 한국어로 연극을 해서 기억에 많이 남았다”며 지난 2003년 일본 공식행사의 소감을 말했다. 한일학생포럼의 ‘홈스테이’도 양국의 학생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이다. “음식을 잘못 먹어서 체했는데, 갑자기 손에 실을 감더니 바늘로 찔러 당황했다”는 말로 그 때를 회상하는 일본학생 S아무개양. 이렇게 서로의 문화를 배우고, 느끼면서 이들은 한 걸음 더 가까워진다. 조금씩 다른 내용의 공식행사를 진행한 세 단체지만 마지막날에는 다들 울음바다가 됐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엿볼 수 있었다. 그들은 이제 한국학생과 일본학생이 아닌 대학생과 대학생으로 친구 관계를 맺고 있다. “친구를 얻게 된 게 가장 좋아요”라고 말하는 쇼타군은 “군대에 가야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한국과 일본 대학생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며 미소를 짓는다. 이렇게 교류단체를 통해 인연을 맺은 학생들은 계속 ‘친구’가 되어 서로를 도우며 지낸다. 그들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서로를 만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열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계속되는 그들의 화합

현재 이 세 단체는 다가오는 여름 행사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에 처음 공식행사에 참여하게 되는 한일학생포럼의 양충모군(인문계열·04)은 “일본 학생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설렘을 느낀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친구가 되기 위해 만난 그들은, 한국인, 일본인이라는 벽을 뛰어 넘었다. 그들은 ‘대학생’ 그리고 ‘젊은이’라는 더 큰 범주 아래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서로에 대한 관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 대해 알아갈 때, ‘안다’는 그 사실 하나로 한국과 일본의 차이는 조금씩 좁혀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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