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정치 작은 총학’. 총학생회(아래 총학)가 선거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외쳐온 구호다. 그러나 당선자 시절부터 그들을 지켜봐 온 기자로서, 그들이 진정 정치로부터 벗어난 작은 총학을 추구하는지 의심스러운 때가 많다.

총학이 주장하는 탈정치는 학외 정치적 사안에 대한 의견 표명을 자제한다는 뜻이다. 이 역시 지난 3월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무색해졌지만, 이는 차치하고서라도 많은 연세인들이 원하는 탈정치는 비단 학외 사안 배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닐 것이다. 지난 3월 정기 확대운영위원회(아래 확운위) 무산 직후 총학이 총학실을 걸어 잠그고 항의 방문한 확운위원들을 외면하며 학교 밖으로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국회출입기자가 된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더불어 무산 직후 그날 밤사이에 총학이 그동안 제때 올리지 않았던 중앙운영위원회(아래 중운위) 속기록과 교육권 확보 집회와 관련된 성명서를 인터넷 게시판에 신속하게 올린 것을 보며 총학의 ‘정치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또한 “학내 친일청산 움직임이 등록금투쟁과 연결되는 것을 경계한다”는 발언에서는 오히려 총학이 투쟁을 정치도구화하려는 것 아닌가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지금의 총학을 작다고 할 수 있는가? 총학 회칙 7장 45조에는 「집행위원회는 중운위에서 의결된 사항을 집행해야 할 의무를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나는 중운위를 참관하는 기자로서 두 번이나 총학이 스스로 회칙을 거스르는 것(1면기사 참조)을 목도했고 그 자리에 있었던 중운위원들 만큼이나 당황했다. 동시에 지금의 총학은 의결된 사항을 번복할 수 있는, 과거 총학과는 형태와 방법만 다른 큰 권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인식했다.

총학의 ‘탈정캄 구호에 지지를 보내는 많은 학생들이 있다. 총학이 지지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연세인들이 납득할 수 있는 탈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지금보다 더 선명하게 정치성을 벗어던지기를 기대한다. 또한 후보자 시절 “되도록이면 많은 분야를 총학 소관이 아닌 일반 학생들 손에 맡기겠다”던 약속처럼 ‘학내교육운동 전면 금지’가 아니라 총학 스스로 학내 사안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진정한 작은 총학을 실현해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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