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 때면 학생사회의 최대 화두로 등장하던 교육투쟁의 논의가 올해는 이상하리만큼 잠잠하다. 학생들이 학사행정에 만족해 더 이상 학교에 요구할 것이 없어져서가 아니다. 이는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대변해야 할 학생대의체가 내부갈등으로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강 전부터 등록금 인상안의 수용을 두고 등책위 학생대표들과 확운위 사이에 손발이 안맞는 모습을 보여주더니, 3월 들어서는 교육투쟁을 주도할 ‘교육위원회’를 누가 이끄느냐를 두고 총학 집행부와 일부 확운위원들 사이에 마찰이 지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교육환경 6대 요구안’ 등 실질적인 교육권 실천방안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재수강 제도, 등록금 협상 등 당면한 교육현안들은 대부분 학생들이 오늘 당장 겪고 있는 현실의 문제이다. 지금처럼 교육권 확보요구가 내부갈등으로 지연된다면 학생들의 교육권은 늦어진 시간만큼 침해되고 말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내부갈등은 학생대의체의 위상을 스스로 실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우려된다. 구성원들의 힘도 제대로 결집시키지 못하는 학생대의체를 학교측이 얼마나 신뢰하고 존중해줄지 의문이다. 이러한 학생대의체 표류상황을 야기한 책임은 일단 절차적 운영방식을 지키지 못한 총학 측에 있는 듯하다. 총학은 중운위에서 합의했던 교육위원회 운영방안을 갑자기 파기해 다른 중운, 확운위원들과의 갈등을 초래했다. 이외에도 여러 대표자회의에서의 갈등상황에서 총학은 합의보다는 자신들의 결정을 강행하려 해 합리적 문제해결을 어렵게 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 문제일 뿐 근본적으로는 학생대의체 운영의 기본정신을 망각하고 있는 학생대표자 전체에 책임이 있다. 학생회체제는 기본적으로 수많은 학생들의 원자화된 요구들을 효과적으로 결집, 실현가능한 형태로 추진하기 위해 존재한다. 학생대의체에서의 논의들은 기본적으로 아래로부터 수렴된 학생들의 요구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총학이나 중운, 확운위원들이 주장하는 교육권 확보 방안에 과연 ‘보통’학생들의 의사가 얼마나 반영돼 있는지 의문이다. 물론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현재의 대의체에게서는 이전 대의체들이 시도하던 그 흔한 공청회, 유인물, 설문조사 등의 노력조차 보이지 않는다. 자의적 의제설정과 그에 따른 대립이 학생대의체의 본질이라면 학생들은 그 정당성과 존재이유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학생들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절차적 정의나 투쟁의 방식이 아니라 대의체를 통해 실현되는 그들의 교육권이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구체적 활동방향이 설정돼야 하고 이는 합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제 학생대표자들은 합의할 수 없는 점을 부각해 싸우기보다는 합의할 수 있는 점을 찾아내 진전시키는 발상의 전환을 꾀해야 할 것이다. 지금 자신이 주장하는 요구가 과연 무엇을 ‘대의’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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