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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생 발목잡는 교과목 이수 제도
  • 김아람 기자
  • 승인 2005.03.28 00:00
  • 호수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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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예·치의예과 학생을 제외한 모든 학생들은 자신의 전공 또는 타전공 분야의 3000 및 4000단위 교과목 중에서 최소 45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이는 지난 2003년부터 03학번 이하의 모든 학생들에게 새롭게 적용된 교과목 이수 의무에 관한 졸업요건 제도다. 이에 대해 교무처 수업지원부 이보영 부장은 “광역화로 인해 학생들이 예전보다 학습량이 적어지고 쉬운 전공수업만 들은 뒤 졸업하는 것을 방지해, 사회가 원하는 전문적 소양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실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도 도입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고 홍보가 부족해 시행 초기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2년이 지난 현재 03학번 학생들이 이수할 3·4000단위 수업이 부족하고, 일부 학과 학생들은 현실적으로 45학점을 이수하기 힘들다는 문제 등이 새롭게 제기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사전준비 부족했던 제도 적용

다수의 학생들은 3·4000단위 수업을 45학점 이상 이수해야 한다는 새로운 졸업요건이 충분한 사전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채 서둘러 적용됐다고 비판한다. “제도를 만들기 위해 지난 2002년 약 8개월 동안 전공강의의 난이도를 파악해 학정번호를 붙였고, 교육과정위원회를 조직해 논의를 거쳤다”는 이부장의 말과 같이 학교측은 시행 이전에 충분한 준비를 거쳤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부 학과는 학생들이 이수해야 할 3·4000단위의 수업이 45학점이 되지 않아 문제가 됐다. 실제로 지난 2004년 2학기와 이번 학기 철학과의 3·4000단위 수업은 교직과정 강의를 포함하더라도 32학점밖에 되지 않는다. 이러한 경우 단일전공인 학생들은 졸업요건을 채우기 힘든 상황에 처한다. 학교측은 이에 대해 타전공의 3·4000단위 수업을 들어도 졸업 요건에 인정되므로 많은 학생들이 이중전공 및 부전공 등으로 타전공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큰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3·4000단위 수업은 난이도가 높은 편이라 타전공의 3·4000단위 수업을 들으려면 2000단위 수업으로 기초지식을 쌓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이세경양(영문·04)의 말과 같이 현실적으로 타전공 수업으로 3·4000단위 수업의 학점을 채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이부장은 “3·4000단위 강의 수가 모자라는 학과는 현재 자체적으로 강의 증설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답했다.

학생의 수업 선택권 침해될 우려

3·4000단위 전공수업을 45학점 이상 의무적으로 이수케 하는 것은 학생들의 수업 선택권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 일부 학과는 3·4000단위 전공강의의 총학점이 45학점은 넘지만 세부 전공을 고려하지 않고 들어야 45학점을 채울 수 있는 형편이다. 박창균군(문리국문·03)은 “국어국문학과는 세부전공으로 국어학과 국문학으로 나뉘는데 개설된 3·4000단위 수업을 세부전공과 관계없이 들어야만 45학점을 넘길 수 있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또한 이 제도로 인해 일반적으로 3학년부터 3·4000단위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이 8학기만에 졸업을 하려면 3학년부터 한 학기에 적어도 4과목씩 3·4000단위 전공과목을 이수해야 하므로 실질적으로는 두 과목 밖에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이과대 학생회장 손영현군(화학·02)은 “실제로 두 과목밖에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은 학생들의 강좌 선택권을 무시한 처사”라며 비판했다.

일부 학과 현실적으로 제도이행 어려워

실기·실험 등 수업이 있는 학과의 학생들 역시 현실적으로 45학점을 이수하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면 생과대의 생활디자인학과와 주거환경학과의 경우 3·4000단위 강의가 실습 위주로 돼있어 45학점 이상을 이수하기 위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 생과대 학생회장 박성용군(주거환경·03)은 “실기과목 한 강의만 들어도 하루에 약 4~6시간이 소요되며, 그 이후에도 준비가 필요해 한 학기에 여러 실기 과목을 듣기는 불가능하다”며 일률적인 3·4000단위 이수요건 적용을 비판했다. 이과대 학생들 역시 실험과목으로 인해 시간적 여유가 없을 뿐더러 교육과정이 타단과대와 비교해 난이도가 높은 편이라 3·4000단위 수업을 45학점 이상 듣는 것이 어렵다고 불만을 나타낸다. 실제로 지난 14일부터 한 주동안 이과대 학생회가 이과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약 72%의 학생들이 이 제도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약 68%의 학생들이 제도가 폐지돼야 함을 주장해, 이과대 학생들에게 3·4000단위 수업 45학점 이상 이수제도가 큰 부담임을 말해줬다. 이에 대해 이부장은 “현재 각 단과대별로 상태를 점검했으며 조만간 문제가 되는 학과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나올 것”이라며 졸업 요건에 대해 수정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제도가 크게 변하지 않는 이상 학생들은 45학점을 이수하기 위해 초과 학기를 다녀야 할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재학 기간이 불필요하게 길어지고, 등록금을 납부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는 점 또한 문제가 된다.

현재 3·4000단위 강의 45학점 이상 이수에 대해 많은 학생들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여론에 따라 총학생회(아래 총학)는 이 사안을 교육환경개선 6대 요구안에 상정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총학생회장 윤한울군(정외·02)은 “기본적인 시행 취지에는 동의하고 있으나 시행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제도의 수정이 필요하다”며 학교 측이 내놓을 예정인 제도 개선 방안에 학생들의 요구가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전문적 소양 배양을 위해 만들어진 3·4000단위 강의 45학점 이상 이수 제도는 ▲제도 도입 과정에서 사전에 충분한 준비가 없었던 점 ▲학과별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점 등으로 인해 갈등을 빚고 있다. 신촌캠 수업지원부는 ‘오는 5월경에는 학과별 의견이 수렴되고 총학과도 논의 과정을 거쳐 수정안을 내놓을 계획’이라며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의사를 보였으나,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해 미리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서둘러 제도 시행을 강행한 점은 비판받아야 한다. 논란이 됐던 문제의 해결에 있어서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으로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할 것이다.

김아람 기자  rammy117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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