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격투기의 폭력성을 말하다

이종격투기의 폭력성, 그 파급력은? 지난 19일(토)에 열린 K-1 서울대회는 최근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종격투기의 열풍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특히 우리나라 최홍만 선수의 데뷔무대였던 만큼 비싼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중들이 경기장을 채워 이종격투기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대회는 많은 관중들과 함께 성공적으로 치러졌으나 한편에서는 이종격투기의 폭력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경기가 고조될수록 관중들은 객석에서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다. 또한 관중들은 상대선수가 맞고 있을 때 “아예 죽여버려!”, “그걸로 되냐! 더 때려!” 등의 말까지 스스럼없이 내뱉었다. 평소에는 폭력을 멀리했을 관중들이 얼굴에서 피를 흘리는 이종격투기 선수의 모습을 보고는 열광하고 있었다. 경기장에서 관중들은 이종격투기의 폭력성에 환호하면서 자신 역시 동화돼 언어나 행동에서 폭력성을 드러내는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권투와 같은 격투스포츠가 일반인에게 미칠 폭력성의 영향을 고려해서 발, 무릎, 팔꿈치 등의 사용을 제한하는 것과 달리 이종격투기에는 그 제한이 없다. 발과 팔은 물론이고 팔꿈치, 무릎을 이용한 공격까지 정당한 공격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종격투기에서는 더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경기가 가능케 된다. 실제로 이종격투기 경기에서 지나친 폭력성이 나타나자 열린우리당 이경숙 의원은 지난 2004년 12월 국정감사를 통해 케이블 방송에서 이종격투기를 방영하지 말 것을 방송사측에 요청했고 이에 따라 텔레비전 중계가 전격 취소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번 K-1 서울대회를 개최한 ㈜티그리폰 양명규 이사는 “아무리 격투스포츠라고 해도 그만의 매너와 스포츠맨쉽이 있다”며 “K-1을 폭력적인 경기로만 판단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종격투기가 사람들의 말초적인 감각만을 자극하는 단순하고 폭력적인 스포츠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양이사의 말처럼 이종격투기를 즐겨보는 많은 사람들도 이러한 생각을 갖고 있다. 박상현군(사회계열·04)은 “볼 때는 호전적이고 공격적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막상 평소 생활에까지 그 느낌이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라며 이종격투기가 심각하게 자극적이지는 않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종격투기와 같은 폭력적인 모습을 보면서 사람이 갖는 심리적인 변화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다른 견해를 보인다. 심리학과 김인경 강사는 “폭력적인 것에 계속 노출되면 점점 더 무감각해지면서 더 심한 폭력을 원하게 된다”며 폭력의 학습이론과 관련해서 이종격투기를 분석했다. 그는 “이종격투기를 통해 계속 폭력을 접하게 되면 폭력에 대한 금지해제(일정부분 금지돼있던 부분의 해제가 일어나게 되는 현상, 금기시되는 현상에 대해 계속 접하게 되는 경우 금지해제가 일어남)가 일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김강사는 “폭력에 대한 금지해제가 일어나게 되면 사회는 더욱더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문화를 원하게 되고 이는 폭력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이종격투기의 격투장면은 폭력적이거나 호전적인 느낌이 아니라 역동적이고 신기한 느낌이 든다”는 조남기군(사회계열·04)의 말은 폭력성에 대한 인식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아직까지 이종격투기가 우리 사회에서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스포츠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빠른 시일 내에 이종격투기는 지금보다 더 넓은 시장을 만들고 그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다. 점차 더 큰 발걸음을 내딛을 이종격투기에 대해서 충분한 고찰이 없다는 것은 곧 무분별한 수용을 의미한다. 이종격투기가 지닌 폭력성과 그것이 사회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는 현재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제기되고 있다. 아직도 미비한 이종격투기의 폭력성에 대한 좀 더 많은 사람들의 인식과 고찰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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