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에 대한 열정과 일본에 대한 분노가 대통령의 특별담화문에까지 이르렀다. 침략의 결과 파생된 몇 가지 역사적 근거들을 내세우며 독도를 자국영토에 편입시키고자 하는 일본의 행위는 부당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국가적 범죄를 국가적 차원에서 속죄하고, 자국영토마저 포기한 독일과 비교할 때, 일본의 타국영토에 대한 집착은 지진지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강박관념으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정말 독도를 사랑한다면 보다 차분하고 치밀하고 확실하게 대응해야 한다.

첫째, 차분하게 현실을 봐야 한다. 일본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지역적 속죄를 지연하는 한편 국제적 위상을 고양함으로써 미래의 협상을 유리하게 만들어가려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일본은 미국이라는 거인의 어깨에 올라 자국의 위상을 높혀왔다. 최근 중국의 부상에 따른 미일동맹의 세계화는 일본이 이러한 전략을 지속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고구려사, 간도, 발해사, 북핵, 주한미군 재조정 등의 문제는 모두 톱니바퀴처럼 긴밀하게 맞물려 돌아가고 있으며, 독도문제는 그러한 국제정치판 위에 놓여 있다. 어느 한방면의 움직임은 반드시 일파만파의 연쇄반응을 초래한다. 어느 한 문제에 대해서도 국가와 시민사회의 대응은 실기하지 말아야 하며 동시에 일수 혹은 일보를 자로 잰 듯 정확히 가져가야 할 것이다.

둘째, 치밀하게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 비단 독도 뿐만 아니라 국가주권사안에 관련된 모든 문제들을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지식기반을 튼실하게 확충해야 한다. 우방과의 관계를 소중히 하는 동시에 인근 국가들과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종심(從深) 깊은 외교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아울러 국제사회에 대한 한국의 문화/공공외교를 대폭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동해표기운동에 그치지 말고 한국의 전반적인 국격(國格)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총체적 문화/공공외교 전략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확실하게 이기는 싸움을 해야 한다. 독도문제와 관련하여 ‘만의 하나’의 가능성은 용납될 수 없다. 우리 영토인 독도에 대해 국제적 이목을 집중시켜 국제문제화하고 결국 국제사법재판소로 가져가려는 일본의 전략에 말려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만드는 작업에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 맹목적 반일감정의 표출을 지양하고, 일본 내 양심적 시민단체 및 지식인들과의 보다 광범위한 연대와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한일민간연대가 결코 일본의 국가적 속죄에 대한 지연전략을 방조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일본이 국가적으로 속죄해야 할 과거사를 시민단체나 정부출연기관 등이 대신할 수는 없다. 영토문제는 단지 지방자치단체나 시민단체적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주권사안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