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3월의 끝. 봄이 온다지만 여전히 바람은 거셌고, 코를 훌쩍이게 만들었다. 수습으로서 첫 취재를 나온 우리 두 기자는 봄의 추위를 헤치고, 술집과 상점이 즐비한 신촌에서 ‘꿈’이라는 풋풋한 단어를 떠올릴 수 있는 공간을 찾아갔다. 나무 위에 풀잎색 글씨로 쓰여진 간판이 무척이나 인상적인 문화카페, ‘작은 풀씨의 꿈’이다.

그다지 크지 않은 아담한 공간, 그리고 한편에 놓여져 있는 피아노와 조용하게 흐르는 클래식 음악. 복잡한 신촌 속에도 이런 공간이 있음에 우리는 감탄하며 5년째 풀씨지기를 맡고 있는 이화여대 나고운양(물리학과 01학번)을 만났다.

1998년, 이곳은 상업적인 건물이 넘치는 신촌에서 대학생들이 마음껏 쉴 수 있는 건강한 공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에서 탄생하게 됐다. 풀씨는 생각할 수 있는 공간, 풋풋한 공간을 그 취지로 삼는다. 이 곳이 처음 생겼을 때 대학생들이 인테리어, 배선, 도배까지 모두 직접 했고, 지금까지도 이 공간을 사랑하는 대학생들의 자원봉사로 꾸려가고 있다. 풀씨지기들은 공강시간, 수업 후 남는 시간을 이용해 틈틈이 이 곳에서 일하고 있다.

이 공간이 더욱 특별할 수 있는 것은 대학생이 만든 공간일 뿐만 아니라 대학생을 ‘위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는 매달 세 번째 금요일에 공연이 열린다. 꿈과 열정은 있지만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큰 무대에 설 수 없는 사람들이 공연을 펼친다. 특히 작은 풀씨의 꿈과 취지만 맞는다면 무대를 무료로 제공한다. 피아노를 좋아해 공연을 여는 사람, 자신이 직접 만든 노래를 부른 예비 작곡가, 개인 콘서트를 여는 사람 등 이 무대에 서는 사람들은 다양하다. 미술 전시회, 시화전, 사진전이 열리기도 한다.

이 조용하고 아늑한 공간은 세미나 등의 모임을 갖기에도 제격이다. 1인당 1000원씩만 내면 3시간을 머무를 수 있고 술, 담배를 못하게 되어있기 때문에 인상을 찌푸릴 일도 생기지 않는다. 저녁 시간에 이곳에서 외국어 스터디 모임, 교회 모임, 학생회, 독서토론회 모임이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또한 혼자 차를 마시며 공부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작은 풀씨의 꿈이 1998년부터 2005년 지금까지 늘 평화로웠던 것은 아니다. 2001년 추진하던 공연이 코앞에 두고 무산된 일도 있고, 금전적 이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학기 중에 일손이 모자라기도 한다.

그럼에도 풀씨지기들은 포기하지 않고 여러 계획들을 세워놓았다. 4월 대학 중간고사 기간에는 작은 풀씨의 꿈을 공부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는 것을 계획하고 있고, 서울시와 협력하여 취지에 맞는 야외공연을 추진 중이다. 홈페이지를 통한 문화행사 활성화, 소식지 발행, 고객관리도 준비하고 있다.

“작은 풀씨의 꿈이라는 이름엔 중의적 의미가 있어요. 작은 것이 풀씨인지 아니면 꿈인지 헷갈리기도 하죠. 전 이 공간에서 함께하는 사람들의 꿈이 작다고는 생각 안 해요. 다만 꿈을 이루기 위한 중간과정이기 때문에 아직 작은 존재라는 거죠.“

풀씨지기 나고운 양의 말이다. 띵한 머리를 뚫고 미지근한 절망이 피식 새어나오는 날, 작은 풀씨의 꿈을 찾아와 휴식을 취해보는 건 어떨지.

*영업시간: 13시~22시, 공휴일 휴무

*문의처: 02-333-0183

*홈페이지: www.littlepulssi.com

*메뉴: 허브차 2000원, 커피 1500~2000원, 쉐이크 1500~2000원 등으로 저렴하다.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학생들에게는 반가운 일일 듯.

/김현수, 한정원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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