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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함께 사는 이유대학생의 동거문화
  • 정진환 기자
  • 승인 2005.03.21 00:00
  • 호수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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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소재 K대학교에 재학 중인 주아무개군(21)의 하루는 또래 대학생과는 다르게 시작된다. 일어나자마자 부엌으로 나가 미리 차려놓은 아침밥을 먹고 직장인인 임아무개양(21)과 함께 집을 나선다. 지난 2004년 2월 친구소개로 만난 임양과는 1월부터 동거하는 관계다.

최근 개방적인 성문화와 이로 인한 젊은 층의 사고 변화로 인해 대학생들의 동거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03년 5월 28일 청주대 학생생활연구소가 재학생 2백6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8.74%를 차지하는 23명의 응답자가 동거경험이 있다고 대답해 충격을 줬다. 또한 좥연세춘추좦가 우리대학교 재학생 2백9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6면 참조)에도 무려 77.2%의 응답자가 대학생 동거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예전과는 달라진 세태를 실감케 했다.

과거 우리 사회에서의 혼전동거는 경제적 이유나 부모의 반대 등 특정한 이유로 인해 결혼을 미룬 ‘미혼 동거’ 또는 결혼을 전제로 한 ‘결혼예행연습동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대학가에서는 그 외에 ‘생계비절약형’, ‘애인마련형’, ‘외로움타개형’ 등 다양한 유형의 동거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즉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더라도 동거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풍조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동거란 혼전 남녀 성관계를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이러한 추세는 성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이 매우 개방적”이며 “또한 기존의 결혼 문화에 대한 학생들의 일탈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김현미 교수(사회대·문화인류학)는 분석한다. 특히 성행하고 있는 일부 유료 동거사이트의 경우 ‘나랑 같이 살 사람’ 등 노골적인 문구들이 게시판을 가득 메우고 있다. 동거사이트 ‘아이러브동거’의 이훈석 직원은 “회원이 8만명인데 그 중 7만명이 남성이며 이중 10%는 대학생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이직원은 이어 “여성 가입자의 경우 단순히 경제적으로 의존할 대상을 구하는 사례가 많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성상담소인 ‘푸른아우성’의 이호섭 간사는 “동거하다가 임신하게돼 상담소를 찾아오는 대학생 커플이 적지 않다”며 동거에 대해서 신중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재준군(사회계열·04)도 “섣부른 동거는 서로에게 마음의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며 만약 대학시절 동거의 기회가 찾아와도 마다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제 대학생의 동거는 엄연한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잡았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는 동거에 대한 뿌리깊은 편견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주군도 “지방에 계시는 부모님께는 동거 사실을 숨기고 있다”고 말한다. 이렇듯이 사회적 편견과 현실 간의 괴리 가운데 오늘도 많은 대학생들은 동거라는 생활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대학생의 동거 문화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당사자들이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자세가 요구된다.

정진환 기자  anelk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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