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부부 생활 엿보기

최근 대학생 부부를 소재로 한 드라마「원더풀 라이프」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람들은 호기심을 갖고 있지만 정작 대학생 부부를 우리 주위에서 발견하기는 어렵다. 드라마 속에서만 봐오던 대학생 부부, 과연 그들의 실제 생활은 어떠할까?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알콜달콩 아름다운 사랑의 집을 지어나가는 손주환씨(26), 최보라씨(27) 부부를 만나봤다.

어려서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던 손씨 부부는 지난 2002년 한국체대에서 인하대 체육교육과로 편입한 최씨를 제대 후 복학한 손씨가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면서 자연스레 정이 들게 됐다. 인기가 많았던 최씨 덕분에 둘의 교제 사실은 학교 안에서 당분간 극비였다. 하지만 항상 같은 수업을 듣는 그들에게 ‘비밀유지’는 상당히 힘든 일이었다. 특히 학교 소풍날, 몰래 둘이서만 놀이동산으로 데이트를 나갔다가 마침 교생 실습을 나온 선배들과 마주치는 바람에 곤욕을 치른 일은 아직도 그들 부부에게는 생생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남몰래 사랑을 키워나가던 이들은 특별한 프로포즈 없이 약혼식을 했다. 그리고 약혼 6개월 만에 대학생의 신분으로 결혼식까지 올리게 됐다. 그들에게 ‘결혼’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을 만큼 서로의 사랑에 대한 믿음이 강했다.

힘들게 시작한 결혼생활

처음에 결혼소식을 접한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특히 최보라씨 집안의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자식을 가진 부모의 입장에서 흔쾌히 용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손씨와 최씨는 당당하게 맞서 결국은 허락을 얻어냈다. 무엇보다도 이들에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주위의 따가운 시선이었다. “속도위반한 것은 아니냐”며 친구들까지 그들을 믿어주지 않았을 때 손씨 부부는 “더욱 견디기 힘들었다”고 한다.

결혼 후 이들 부부의 대학 생활은 크게 변했다. 우선 친구들과의 연락이 하나, 둘 끊기기 시작했다. “사랑다툼에 바빠서 만나줄 여유도 없었다”며 애써 태연한 듯 둘러댔지만 내심 섭섭한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좋은 점도 있었다. 친구들과 만나서 술 먹기를 즐기던 손씨지만 좋아하던 술을 자제한 덕분에 저축 하나만큼은 확실히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때 이른 결혼으로 인한 변화는 이 뿐만이 아니다. 학생 신분으로서 결혼 생활까지 병행하기에 그들은 힘이 많이 부쳤다. 또한 결혼 후 학점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손씨는 생활고로 인해 수업 후 아르바이트에 매진할 수밖에 없었으며 아내가 임신한 후에는 대신 보고서를 써주기도 하느라 학업에 전념할 수가 없었다. 또한 교사가 꿈인 그들은 임용고시 준비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이다. 아내는 출산 후 공부를 시작하려 했지만 아기를 돌보느라 책 볼 시간조차 없고, 손씨 또한 가족의 생활비 마련을 위해 임용고시를 포기하고 하루에 14시간씩 커피숍에서 일하고 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그들이 웃음을 잃지 않는 이유는 이제 태어난 지 9개월 된 아들 승렬이 때문이다. 아직 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상태에서 태어난 아기는 이들 부부에게 또 한번 많은 생활의 변화를 겪게 했다. “처음에 아기를 가졌다는 소식에 걱정도 되고 두렵기도 했는데, 점점 아내의 배가 불러오면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손씨는 당시의 심정을 표현한다. 최씨는 휴학 대신 임신한 채 한 학기를 강행했다. 최씨는 “마지막 한 학기였기 때문에 차라리 임신한 채 학교에 다니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며 “체육교육과의 특성상 실기 시험이 많았는데 임신 때문에 대부분 포기해야 했다”고 말했다. 학생의 입장에서 공부와 결혼생활을 병행한다는 것이 이들 부부에게는 버거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렇게 힘들게 시작한 결혼이었지만 손씨 부부는 마냥 행복하기만 했다. 둘이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유지해온 비결은 드라마 속 주인공의 운명적인 사랑과 비교될 만한 것이 아니다. 단지 서로를 향한 무한한 애정이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다. 자신이 믿는 종교는 ‘보라교’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손씨, “결혼을 하고 난 후에 어떤 점이 가장 좋냐”는 기자의 질문에 “말 안할게요. 몇 가지만 말하면 그것만 좋다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라고 대답하는 최씨. 이들 부부에게는 아직도 참기름 냄새가 솔솔 끊이질 않는다.

대학생 부부로 살아간다는 것

「연세춘추」가 우리대학교 재학생 2백 9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6면 참조)에서 50%이상의 응답자는 대학 재학중의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이숙현 교수(생과대·가족사회학)는 그 이유에 대해 “대학생은 경제적으로 자립도가 떨어지고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고 풀이했다. 아직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기혼 대학생을 위한 교내 시설 및 제도가 충분하지 않은 실정이다. 손씨는 “인하대에는 탁아소가 없고 자녀나 부인에 대한 의료비 공제도 되지 않았다”는 말로 기혼 대학생으로서 겪는 고충을 내비쳤다. 우리대학교 역시 대학생 부부를 위한 의료비 공제나 탁아소가 갖춰져 있지 않다. 사회인인 고등학교 선배와 결혼한 후 다니던 학교(관동대)를 자퇴한 김선씨(22)도 “자퇴의 이유 중 하나는 결혼이었다”며 “대학생이, 특히 여자가 결혼해서 원만한 학교생활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학생과 결혼, 선뜻 어울리지 않는 소재다. 하지만 온갖 역경을 이겨내더라도 ‘사랑하기 때문엷 결혼한 대학생 부부들은 오늘도 밝은 미래를 함께 설계해 나가고 있다. 자녀가 대학생 때 결혼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손씨는 말한다. “결혼은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서로 사랑하고, 그래서 같이 있고 싶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