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 교양 수업 '결혼학 개론'

“결혼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죠.” 홍익대의 교양 수업 ‘결혼학 개론’을 맡고 있는 교양학부 김경자 교수는 이렇게 ‘결혼’에 대한 운을 뗀다. 대학생들과 함께 결혼을 탐구하는 홍익대의 ‘결혼학 개론’ 수업을 살짝 들여다봤다.

일주일 중 피곤이 가장 정점에 다다른 수요일 1교시 수업시간. 착 가라앉은 강의실의 분위기가 수업이 시작하자마자 활기를 되찾기 시작한다. 김교수가 학생들에게 건네는 밝은 인사로 시작한 이 수업에는 1백 20여명의 학생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앉아 있다. ‘100점짜리 인생은 어떤 것인가?’라는 재미있는 자막이 뜬다.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소개해 요즘 화제를 모으고 있는 100점 인생 계산법은 알파벳에 점수를 매겨 a는 1점, b는 2점, z는 26점을 준다. “‘money’는 72점이지만 ‘love’는 54점 밖에 안된다”며 “사랑보다 돈이 더 중요하다”는 김교수의 우스갯소리에 강의실은 금세 웃음바다가 된다. 100점짜리 인생은 바로 ‘attitude’라며 “결혼이든 연애든 모든 것은 마음먹기”라고 김교수는 강조한다. 이어 ‘결혼의 유형’에 대한 본격적인 강의가 시작됐다. 이날은 폐쇄적인 결혼과 개방적인 결혼의 차이점에 대해 수업이 진행됐다. 서로를 구속하고 남녀 성역할이 분명한 폐쇄적인 결혼에 반해, 상대방의 의사소통을 존중하고 일을 동등하게 분담하는 개방적인 결혼에 대한 학생들의 이상적인 선호를 엿볼 수 있었다. 이에 김교수는 “결혼은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라며 “실제 겪으면 개방적인 결혼 생활의 가능성은 극미하다”고 말해 개방적인 결혼과 폐쇄적인 결혼의 합치점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

계속해서 남녀의 ‘외도’에 대한 강의가 이어졌다. ‘외도’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김교수의 질문에 한 남학생은 “한 쌍의 연인이나 부부가 ‘다른 길’을 걷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이를 적절한 비유라고 지적한 김교수는 “여성이 외도하는 주된 이유는 배우자가 싫어서인 반면 남성은 단순한 호기심에 외도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남녀가 이렇게 다른 만큼 서로 존중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라고 말해 학생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

모든 도덕적 가치관이 급변하고 사회생활의 적절한 기준을 찾기가 모호해지는 현대사회에서 대학생들은 결혼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할 여유가 없다. 그런 학생들에게 결혼에 대한 이론에서부터 배우자 선택의 실질적인 방법까지 생각해볼 기회를 주는 것이 바로 ‘결혼학 개론’ 수업이다. 지난 2002년 가을부터 이 수업을 계속하고 있다는 김교수는 “남 일 같이 들리지만 학생들에게 멀지 않은 것이 결혼”이라며, “이 수업으로 인해 학생들이 결혼에 대해 차근차근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 현명한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홍익대 이규화양(동양화·03)은 “이 수업시간에는 결혼에 대해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은 다양한 견해를 배울 수 있다”며, “내가 결혼에 대해 보수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수업을 통해 나 자신의 개방적인 면모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해 ‘결혼학 개론’ 수업의 다양성을 보여줬다.

앞으로 이 수업에서는 ‘결혼 만들기’, ‘이성교제와 친밀감’과 같이 제목 자체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내용들을 강의할 계획이다. 이 수업을 계기로 56점인 love를 100점인 결혼으로 만들기 위해 교수님과 학생들 사이의 대화의 결혼 생활은 계속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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