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은 +로 몰아서 최대한 A를 채워준다” 이런 강의는 수강신청 때마다 짧은 시간에 정원이 초과될 정도로 학생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전공신청·유학·취직 등에 있어 학점의 중요성이 높아진 요즘 강의선택에 있어 ‘학점을 어떻게 주느냐’가 상대평가제를 실시하고 있는 우리대학교 학생들의 주요 관심사다.

상대평가의 의의에 대해 수업지원부 이보영 부장은 “학생들의 학구열 및 학습 분위기를 증진시키고 과목간 성적평가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상대평가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의 상대평가 방식은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을 작위적으로 등급화한다는 점 ▲수강인원이 주 기준이 되는 상대평가 비율의 고정화로 인해 학생들의 능력차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 ▲학생들 간에 수준차가 심한 교양체육 강좌도 상대평가를 적용한다는 점 등의 문제가 지적된다.

상대평가로 인해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을 구획지어 평가함으로써 수준 차에 비해 점수의 격차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 이연지양(영문·04)은 “학기말에 지금까지 해 온 평가를 합산한 점수를 봤더니 같은 점수대에 많은 학생들이 걸려있을 만큼 수준이 비슷했고, 1점에 의해 A·B가 갈리는 상황이었다”며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을 평가하는 데 상대평가가 적절치 않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작은 점수차에도 결과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경쟁 구도가 심화되는 경향 또한 상대평가가 불러온 현상이다. 조금이라도 점수를 더 받기 위해서는 결과적으로 옆 자리의 학우를 능가해야 하므로 동급생을 ‘친구’가 아닌 ‘경쟁자’로 의식하게 될 수 있다.

또한 같은 수업내용의 강의가 분반별 수강 인원 수에 따라 상대평가 비율이 달라져 문제가 된다. 한 예로, 이번 학기 ‘인문프랑스어(1)’은 2개 반으로 돼 있는데 1반은 정원이 13명, 2반은 29명이기 때문에 1반은 최대한 부여할 수 있는 A·B등급의 비율이 40%·50%인 반면, 2반은 30%·35%로 반에 따라 평가기준이 다르다. 지난 학기 인문외국어 수업을 들었다는 양왕군(인문계열·04)은 “같은 수업인데도 불구하고 반 정원이 20명을 넘는지 여부에 따라 A등급의 비율이 달라지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부장은 “분반이 다른 같은 과목의 수업들 중 학생들이 한 곳에 몰리는 것은 시간이나 교수 선호도 등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두 분반의 인원조정을 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교양체육 강좌는 특히 30명 이내의 적은 수의 학생들 사이에 수준차가 큰 경향이 있어 상대평가를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처음 배우려고 교양체육 강좌를 신청하는 것은 무리다’, ‘학번이 높을수록 학점이 좋아 1·2학년은 학점을 잘받기 힘들다’는 등 교양체육 강좌에 대한 소문들이 무성하다. 특히 수업이 난이도에 관계없이 구성돼 다양한 수준의 학생들이 같은 수업에 참여함으로써 평가하는 데 문제가 된다. 지난 2004년 재즈댄스 강의를 수강했던 김혜원양(교육·04)은 “한 반에 초보자와 경험자가 함께 수강하는 현실에서 강의 난이도를 조절하기도 힘들고 평가도 객관적으로 할 수 없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 대안으로 교양체육 수업은 자체적인 기준을 만들어 강의에 적용하기도 한다. 수영을 강의하고 있는 사회체육학과 이건희 강사는 “초보자부터 체육대생까지 다양한 수준의 학생들을 3개의 등급으로 나누어 등급별로 상대평가를 실시하고 있다”며 평가 기준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 경우도 실력이 있는 학생이 낮은 점수를 받을 수 있고,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학생이 속한 등급은 불리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어 수준차를 고려한 분반 편성이 요구된다. 한 예로 서울대는 교양체육 강좌를 각각 초·중·고의 3개 등급으로 나눠 학생들이 자신의 수준에 맞는 강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상대평가를 하는 데 있어 수준차를 좀 더 합리적으로 반영할 수 있고, 학생들이 심화된 학습을 단계적으로 밟아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편 우리대학교는 최대 A·B 학점 부여의 비율이 최대 65%로, 서울대의 70%, 고려대의 90%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이로 인해 유학이나 취직 등에서 타대와 비교할 때 우리대학교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는 문제가 일부에서 제기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부장은 “지난 1996년까지 A등급 10~30%, B등급 20~40%, C등급 20~40%, D등급 10~30%, F 0~20%이었던 원칙을 학생들의 취업·진학에서 도움을 주기 위해 다소 완화한 것이 지금 상태”라며 더 이상 상대평가 비율을 완화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덧붙여 이부장은 “각 학교마다 평가 방식이 다른 것은 이미 주요 기업체에서 채용할 때 감안하는 부분이고, 대학의 학점 인플레 현상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우리대학교는 그나마 인정받는 편”이라며 상대평가 비율을 완화시킨다면 오히려 학생들에게 불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대학교는 면학분위기 조성 및 성적 평가의 신뢰성을 확보하고자 상대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상대평가의 적용은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고 학생들의 수준차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우므로 기본적 틀은 유지하면서도 제도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융통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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