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12월 16일, ‘2차 재수강제도 협의모임(아래 협의회)’에서 학교측은 05학번 재수강 가능 상한선을 D+로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우리대학교는 재수강을 하는 데 있어서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았으나, 이번 결정으로 05학번부터는 D+ 이하의 학점을 받아야만 재수강이 가능해졌다. 이에 대해 교무처 수업지원부 이보영 부장은 “재수강 인원으로 인한 불필요한 강좌개설로 교과과정이 축소되고 학생들의 다양한 교과목 이수의 기회가 줄어드는 등 수업환경이 나빠지고 있다”며 제도 변경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하지만 ▲재수강 제도의 변경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점 ▲제도 변경시 05학번들을 고려하지 못한 점 ▲재수강 상한선 제한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점 등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학교측의 일방적인 결정

재수강 제도는 학생들의 수업선택권과 직결되는 문제임에도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된다. 실제로 현재 결정된 재수강 제도의 변경 내용을 보면 학생들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지난 2004년 11월 교무처 부처장 정인권 교수(이과대·바이러스), 교무처 수업지원부 이보영 부장, 41대 부총학생회장 최명규군(정외·00)이 참석한 1차 협의회는 ‘재수강 상한선을 C+로 하고 최고학점을 A-혹은 B+로 제한한다’는 안에 대해 협의했다. 그러나 확정안이 도출되지 않아 지난 2004년 12월 중앙운영위원회 준비위원 대표인 42대 부총학생회장 이혁군(철학·02), 법대 학생회장 이지승군(법학·03), 이부장, 민동준 교수(공과대·화학야금)가 참여한 2차 협의회에서 학교측은 ‘상한선 C+, 최고학점 B+’ 또는 ‘상한선 D+, 최고학점 제한 없음’의 2가지 안 중 한 가지를 04학번부터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총학생회 준비위원회는 모든 안을 받아들일 수 없음을 밝히고 추후에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학교측은 상한선 D+, 최고학점 제한 없음의 2번째 안을 05학번부터 적용하기로 결정해 결국 학생측의 입장은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혁군은 “바뀐 제도는 절차적인 문제와 기본적 한계로 인해 재검토돼야 하며 4월쯤 학교측과 다시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방적인 05학번의 피해

또한 학교측이 적용하는 재수강 제도가 상대적으로 05학번 학생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이에 대해 박미혜양(인문계열·05)은 “선배들은 재수강에 제한이 없었는데 이렇게 되면 05학번들만 피해를 입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실제로 바뀐 제도에 의해 05학번 학생들은 별다른 제한없이 재수강을 하는 고학번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게 된다. 더구나 “솔직히 05학번들부터 적용된다면 별 문제를 느끼지 못한다”는 박성준군(경제·04)의 말처럼 04학번 이상의 학생들은 오히려 바뀐 제도로 인해 유리해질 수도 있고, 05학번들은 아직 학사제도에 대해 잘 모르고 있어 문제가 가중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이부장은 “재수강을 계획한 학생들이 변경된 제도로 인해 피해를 입는 것을 막기 위해 05학번부터 적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칫 05학번들만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사안에 정작 05학번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점은 문제다.

변경안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

변경된 제도는 절차적 문제 외에도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미봉책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이부장은 “강좌에서 A 또는 B학점을 받는 학생 중 재수강 이상인 학생이 74%를 차지하고, 재수강을 하는 학생 중 58%가 C+에서 재수강한 학생”이라며 변경된 제도는 이러한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혁군은 “변경된 제도라면 학생들이 재수강을 하기 위해 일부러 D+ 이하의 학점을 받으려 해 결국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04년 11월 「연세춘추」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재수강 상한선이 D+ 이하라면 C학점보다 D를 선택하겠다고 응답한 학생이 73.1%에 달해 재수강 상한선 제한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함을 보여줬다. 이에 대해 이부장은 “그 부분도 충분히 고려했으나, 막상 일이 닥치면 설문 결과와 크게 다를 것이라 확신한다”고 답했다.

타학교의 재수강 제도

서울대의 경우 재수강에 특별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지난 2003년 서울대측은 ‘재수강 상한선 C+’방안을 제시했으나 학생들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서울대 학사과 관계자는 “재수강으로 인한 불필요한 강좌수 증가와 수업 분위기 악화의 이유로 현재 일부 과목에 대해 재수강 별도 분반 제도를 실시하고 있고 재수강 상한선 제한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한 없는 재수강 제도에서 문제점을 느끼지 못했고, 제도 변경의 필요성을 못느낀다”는 박근호군(서울대, 심리·03)의 말과 같이 많은 학생들이 제도 변경을 원하지 않아 재수강 제도 변경에 대한 논의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타 주요 대학 역시 재수강 상한선을 우리대학교보다 높게 정하고 있다. 고려대의 경우 상한선 C+에, 최고학점을 A0로 제한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교양 과목에 재수강 인원을 위한 별도 분반을 개설해 ‘재수강에 의한 재수강’의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도록 했다. 이화여대는 상한선 C+에 최고학점을 A-로 제한하고 있다.

위에서 지적한 변경된 제도의 한계는 05학번 학생들이 재수강을 하게 되는 다음 학기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혁군은 “등록금 협상 등 다른 사안들 때문에 늦어지고 있지만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늦어도 4월부터 교수학생협의회나 다른 경로를 통해 학교측과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라며 “학점 포기제나 재수강 분반 등 다양한 방식의 보완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점 포기제의 경우 낮은 학점 때문에 재수강하는 상황을 줄일 수 있고, 재수강 분반의 경우 재수강생들 때문에 다시 재수강 해야 하는 악순환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부장은 “학사문제는 학생들과의 논의를 통해 결정할 사안이 아니며, 제도의 변경이 쉽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앞으로의 제도 변경 가능성을 일축해 향후 양측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재수강제도의 변경은 모든 학생들의 수업권에 직결되는 문제인만큼 학생들의 보다 깊은 관심이 필요하고, 학교-학생 양측이 서로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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