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조사 '연세인이 생각하는 결혼은?'

연세인들은 결혼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을까. 『결혼은 미친짓이다좭라는 영화제목을 비롯해 결혼을 정의한 문장은 무수히 많지만 선명한 이미지를 드러나게 해주지는 못한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연세춘추」에서는 연세인 2백 98명에게 결혼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을 알아보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금 대학을 다니고 있는 학생 입장에서 결혼 여부를 결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한 사람의 결혼관을 형성하는데 있어서 출발점은 결혼을 하고싶은지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2백 98명의 연세인에게 ‘앞으로 결혼을 할 것인가?’란 질문을 던져보니 70.1%가 긍정의 의미가 담긴 답장을 보내왔다. 반면 결혼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한국 사회의 세태에 비추어 ‘결혼을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대답도 23.8%나 돼 그동안 지켜져왔던 전통적인 결혼관에 균열이 가고 있음을 시사해준다. 또한 대답을 분석해본 결과 남녀의 비율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남학생 중에 15.2%가 결혼 여부에 부정적인 대답을 한 반면에 여학생(32.7%)의 경우 거의 두 배가 넘는 숫자가 같은 대답을 했다. 결혼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답한 여학생들은 ‘가족에 지나치게 얽매이는 게 싫다’, ‘여성으로서 가정과 일을 모두 꾸려나가기 힘들 것 같다’는 이유를 덧붙였다. ‘결혼을 하고 싶다’고 대답한 학생들은 주로 ‘생활의 안정’, ‘인생의 동반자가 필요’, ‘남녀 차이에 기인한 불완전성 보충’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위의 분석에서도 나타났듯이 ‘결혼’에 대한 인식은 남녀 별로 어느 정도 뚜렷한 시각차를 보여준다. 이러한 경향은 배우자를 고르는 기준에서도 적용된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배우자 선택 기준으로 성격(66.1%)을 꼽았다는 점은 남녀 모두에게 해당되는 공통점이다. 하지만 여학생들은 성격 다음으로 경제력(15.0%)을 중시하는 대신 남학생들은 2위로 외모(14.5%)를 선택해 상반되는 면을 보여줬다. 한편 경제력을 꼽은 남학생은 0.7%에 불과하고 외모를 꼽은 여학생은 1.3%에 그쳐 대조를 이뤘다.

대학생과 마주한 결혼

대학생들에게 결혼 전반에 대한 질문도 중요하지만 아무래도 가장 관심을 끌 만한 질문은 현실과 맞닿아 있는 문제들이다. 대학생이 바라본 결혼에 있어서 ‘혼전순결’ 문제와 ‘동거’ 문제는 민감하면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연세인들은 ‘혼전순결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13.4%만이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대답했다. ‘가능하다면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49.3%)’는 대답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지만 ‘임신만 하지 않으면 성관계까지는 괜찮다(21.1%)’, ‘책임만 질 수 있다면 임신까지도 괜찮다(9.7%)’ 등 혼전순결을 부정하는 대답도 많이 나와 최근 성문화의 방향성을 짐작케 한다. 그러나 혼전순결이 자신의 문제가 될 경우 학생들은 더욱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자신과 결혼할 배우자가 혼전순결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혼전순결의 여부는 결혼과 무관하다’는 대답이 31.2%를 차지해 이전의 질문에서 혼전순결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대답한 수치와 비슷했다. 하지만 ‘나와 결혼할 사람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답변도 25.7%가 나와 이전 질문에서 ‘반드시 지켜야 한다(13.4%)’는 대답과 일치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흔히 남자가 혼전순결에 더 관대할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막상 결과를 놓고 보면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대답한 비율이 남학생(11.7%)과 여학생(15.0%) 간에 큰 차이가 없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혼전순결 만큼이나 관심이 높은 주제인 ‘동거’ 문제의 경우 ‘결혼이 전제가 되는갗에 따라 답변이 나눠졌다. ‘결혼 전 동거를 통해 서로에 대해 알아보는 기간을 갖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했을 때 44.6%가 ‘결혼이 전제된 동거는 허용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서로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기간을 가진다는 점에서 긍정적(30.9%)’ 이라는 대답까지 합치면 약 75.5%가 동거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는 동거를 논할 때 ‘결혼’이 전제돼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결혼은…

여러 주제에 대해서 다양한 답변들이 쏟아져 나온 것처럼 ‘결혼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이라는 주관식 질문의 대답도 다채롭게 나왔다. 주로 ‘사랑의 결실’, ‘남에게 구속되는 것’ 등 진부한 대답이 많았지만 ‘인생에서 배팅액이 가장 큰 도박’, ‘서로 많은 것을 양보할 수 있다는 약속’, ‘사랑과 현실의 적절한 타협젼, ‘행복을 위한 모험’ 등 통찰력을 보여준 답변들도 더러 있었다. 결혼의 의미가 ‘구속’일 수도 있고 ‘사랑의 완성’일 수도 있다.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단어가 결혼이라면 그만큼 깊은 성찰과 고민이 필요함을 의미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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