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사람들에게 다가가기가 어려워요. 대학 오니깐 적극적으로 뭔가 먼저 인사도 해야 하고.. 밥도 사 달라 하고 그래야 할 것 같은데... 원래 전 붙임성 있고 적극적인 성격이 아니거든요. 소수를 깊이 만나는 편이구요. 그런데다가 오리엔테이션도 못 갔어요.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사정이 생겨서.. 거기서 만난 애들은 이미 지네들끼리 친해졌고요. 서로 몰려다니는데 끼어들어가기가 좀...

그래도 용기를 내서 동아리를 들어갔거든요. 근데 어색해요. 내가 어색해하니깐 선배들도 나를 좀 꺼리는 것 같아요. 기분인지 모르겠지만.. 어쩌다 동아리에 선배들이랑 얘기하고 집에 오면 자꾸 생각나고 무슨 말 잘못한 게 없나..이렇게 말할 걸, 그때 그럴걸..혼자서 후회하고 상상하고. 어떡하죠?”  (가명: 새내기)

 

A: 대학교에 오니 별 문제가 안 되던 대인 관계가 힘들어진다는 내기씨의 심정을 이해합니다. 중고등 학교때는 환경적으로 크게 노력을 하지 않아도 아주 내놓고 따돌림을 당할 정도로 튀지 않는 이상은 주변의 친구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것에 별 어려움이 없습니다. 싫으나 좋으나 같은 반, 매일 똑같은 자리에 앉아 주변 친구와 공부하고 밥 먹고 노는 일상적인 교제를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대학에서는 내기씨가 경험하고 있다시피 매일매일 강의실도, 주변의 학우도 바뀝니다.

중 고등 학교때는 친구를 선택하는 주된 요인 중 하나가 근접성, 접근성이라면 대학은 호감과 적극성 그리고 이에 따르는 자기 자신의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또 고등학교 때는 친구가 없어도 별로 티가 나지 않지만 대학에서는 친구가 없으면 티도 나고 실제로 여러 가지 정보도 얻기가 힘들어져서 많은 친구들이 내기 씨와 같은 고민을 합니다.

우선 내기씨가 소수를 깊이 만난 경험이 있다는 것이 매우 희망적입니다. 내기씨는 친구를 사귀어 본, 그것도 깊이 만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소수를 만나든, 다수를 만나든 처음 친구를 사귀는 원리는 대개 비슷합니다. 둘 중 누군가 마음을 조금 열어주고 그것에 맞추어 나도 적절한 수준에서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대체로 적극적이지 않은 사람들은 맞추는 것은 하나 먼저 여는 것을 못합니다. 그러니깐 주변에 다행스럽게도 조금 맘을 열어주거나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사람이 있으면 깊은 관계로 이어지지만 먼저 맘을 여는 것은 두려워하지요. 그래도 일단 관계를 지속하는 능력은 갖고 있습니다. 적극적이지 않은 사람이 대학에 왔다고 해서, 적극적으로 해보겠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습니다. 우선은 나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잘 보시고 그것에 맞추는 것을 계속하십시오. 잘 하던 것을 갈고 닦으시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적극적이고 맘에 드는 친구를 한명 찍어서 잘 살펴보십시오. 그 친구가 사람들에게 날리는 멘트, 태도, 자세를 관찰하시기 바랍니다. 관찰하는데 별 힘이 들지 않습니다. 나는 왜 못할까하는 자책만 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그러나 그건 그 친구에게 맞는 것임을 명심하세요. 본대로 다하는 것은 무모한 것입니다. 그중에 한 가지 내 맘에 제일 들고, 내가 제일하기 쉬운 말이나 행동 하나만 머리에 기억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에 실험해 보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실험입니다. 실험은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실험이 가설대로 나오지 않았다고 실험을 포기하는 것은 실험하는 사람의 자세가 아니겠지요. 오리엔테이션에 가지 않은 것이 내내 후회되시지요. 좀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은 사실인 것 같군요. 그래도 내내 떠난 기차만 바라보지 않고 다른 열차에 몸을 실은 내기씨는 여러 가지 면에서 적극적일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내기씨 성격에 처음 만나는 선배들과의 만남은 당연히 어색할 것 같습니다. 한쪽의 어색함은 다른 쪽의 어색함을 가져오지요. 어색한 사람 앞에서 더 어색해지는 것은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내가 어색하더라도 날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 앞에서는 자신도 좀 편안해지지요. 그런 면에서 내기씨는 처음 만나는 사람과의 어색함에 대해 50% 정도의 책임이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상대방도 50%의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어떻게 보일까, 내가 좋은 사람으로 비춰질까에 너무 초점을 맞추게 되면 관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부정적인 것의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 돌릴 수 있습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의 부자연스러움에 대해 필요한 만큼의 마음의 짐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부담스럽고 편치 않는 장면에 대해 다시금 떠올리고 혼자서 시나리오를 쓰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흔히 있는 일입니다. 우리는 잘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일, 불안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서 미리 대비하고 연습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발표 불안이 있는 사람이 미리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것처럼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 익숙치 않다면 머릿속에서 보다 익숙해지려고 노력하게 되지요. 시간이 지나고 편안해지면 자연스럽게 줄어듭니다. 다만, 시나리오는 시나리오로만 끝납니다. 아무리 시나리오를 써도 실제로 얘기를 나누면 그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대화는 흘러가게 마련이지요. 또 시나리오를 쓰다보면 많은 검증되지 않은 가설을 갖게 됩니다. 혹시 그 때 그 말은 이런 의도로 말한 것은 아닌지... 혹시 그 표정이 날 싫어한다는 메시지가 아닌지.. 검증되지 않은 가설은 시기적절할 때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어떻게 말해야할지 모르겠고 계속 시나리오만 쓰고 계시다면 상담센터에 찾아오세요. 중요한 것은 대인관계도 연습이라는 것입니다. 수학문제를 많이 푼 사람이 수학을 잘하고 외국인에게 말을 많이 걸고 창피를 많이 당하다보면 외국어가 느는 것처럼 생뚱맞은 소리도 하고, 황당하게도 하고, 썰렁한 소리도 하고, 어색한 침묵도 많이 겪는 연습을 통해서 원하는 마음의 친구를 만날 수 있게 됩니다.

/연세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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