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자주화 운동은 부당한 등록금 인상을 반대하고 좀 더 나은 교육환경을 만들거나 자치 공간을 얻어내는 과정이다. 하지만 학원자주화 운동의 본질은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학교의 주인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들을 확보해 가는 것이다. 등록금을 내는 학교의 주체로서 부당한 등록금 인상에 대해 인하를 요구하거나 합당한 인상 근거를 들을 권리, 그리고 양질의 수업과 교육환경을 만들고 자치활동과 공간을 얻어내는 힘을 쟁취해내는 것이 바로 학원자주화 운동이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학교의 주인으로서 학생들이 가져야 할 주인의식을 배우고 익혀간다. 그렇기에 학원자주화 운동에 있어 등록금을 몇% 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등록금을 내리는 것이 왜 맞고, 등록금을 책정하는 과정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갗와 같은 것들을 인식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러한 근거들을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지금까지의 학원자주화 운동이 무의미하다는 말은 옳지 않다.

지금까지의 학원자주화 운동이 성과가 있기는 했지만 정작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놓치고 있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첫번째 문제는 현재의 연세인과 과반 학생회의 역량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무리한 목표와 계획을 세운 데 있다. 연세인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몇몇이 지향하는 대로만 목표를 잡는 것은 학원자주화 운동이 연세인이 직접 나서야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연세인과의 괴리를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보다 광범위한 연세인의 요구를 취합해 가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12월 새 총학생회 당선 이후 곧 방학이기 때문에 준비 기간이 길어 보이지만, 개강과 새내기맞이에 맞춰 무리하게 운동 일정이 잡힌다. 또한 사실상 학원민주화 운동은 학생들이 직접 움직여서 필요한 권리들을 쟁취하는 것인데도 방학에는 학우들을 만날 시간과 공간이 없다는 것이 취약점이다.

두번째 문제는 3월 개강 이후 시간이 급하다보니 위에 언급한 학원자주화 운동의 의의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데 있다. 단순히 ‘등록금 환불 받아서 용돈 좀 늘려야지’는 식의 운동으로 진행되고 아무런 교양과 합의 없이 ‘공강이니까 나오라’고 하는 동원 식의 운동은 그 운동에 참여하는 연세인들 스스로에게 ‘자신이 운동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지 못한다. 이때문에 3·4월에는 반짝하다가 5월이 되면 사그라지는 계절적 한계가 드러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악순환의 고리가 운동의 관성화를 불러오게 됐다.

여느 해와 달리 올해는 여러 상황으로 인해 3월인데도 불구하고 교육·학원자주화 운동의 분위기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이것을 호기로 삼아야 한다. 학원자주화 운동을 그 의의와 목적에 맞게 긴 시간을 내다보고 차근차근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렇게 해야 올바르게 단계를 밟아갈 수 있다. 충분한 준비를 통해 연세인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학원자주화 운동을 기대해본다.

/통일연세민주광장 이수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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