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학생사회에는 많은 투쟁이 있었다.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 민주화의 목소리를 담아낼 만한 정치조직이 존재하기 힘든 사회 여건 속에서, 학생운동은 민주화의 열망을 충실히 담아내는 매개체 역할을 해왔다. 대한민국의 민중 모두가 민주화를 강렬히 열망하고 있었고, 독재정권은 갖은 방법을 통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 했었기에 다소 폭력적이고, 불법적인 것이었다 하더라도 그 당시의 투쟁은 상당한 정당성과 불가피성을 인정받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87년 6월의 민주항쟁 이후 지금은 엄연히 국민투표에 의해 대통령을 선출하고 있으며 많은 정치단체들이 합법적인 조직으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즉, 학생사회는 ‘투쟁’의 전면에 서야할 만한 정당성과 불가피성을 많은 부분에 있어서 상실했다고 볼 수 있다. 투쟁은 머리에 띠를 두르고 손만 치켜든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즉 갖은 합법적인 방법을 모두 동원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그것이 절박한 위기감으로 표출될 때 시도하는 것이 투쟁이다. 하지만 요즘의 투쟁은 어떠한가. 다들 선거철엔 ‘관성화된 투쟁’을 지양하겠다고 말하지만 올해에도 논의되는 내용은 어김없이 관성화된 투쟁으로 흘러가는 실정이다. 이미 투쟁을 상정해 놓고, 등책위나 기타 학교측과의 회의는 형식적인 겉치레로 인식할 뿐이다.

과거에 비해 사회환경도 변화했고, 학교의 입장 또한 많이 변화했다. 하지만, 정작 학생사회의 의견 표출방법은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 이제는 학생회도 변해야 한다. 환경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이제는 ‘대화와 협력’에 기반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지금도 등록금 책정심의위원회는 상시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학교 예산과 재정에 대한 모니터링은 충분히 가능하다. 학교 측이 학생사회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불평만 할 것이 아니라, 이처럼 정례화된 대화채널을 통해 우리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것이 학생사회의 장기적인 발전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42대 총학생회장 윤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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