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은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지 2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에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등 여러 반전단체들은 지난주를 반전주간으로 설정하고 다양한 반전행사를 가졌다. 이번 반전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지난 16일에는 ‘이라크 전쟁 이후의 세계, 한국사회’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좥한겨레좦 홍세화 논설위원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에서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예방전쟁의 합법성 여부 ▲이라크 파병이 한국사회에 미친 영향 ▲자유토론 등 총 3부로 나뉘어 반전에 관한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토론회에 참여한 각계각층의 사람들은 다같이 반전의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성공회대학교 김민웅 교수는 “미국이 선제공격을 통해 패권을 과시하려고 한다”며 “우리나라는 한미동맹의 틀에서 탈피해 세계적인 반전운동에 몸을 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패권주의에 사로잡힌 미국의 행태를 세계적인 반전운동으로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이대훈 협동사무처장 역시 “국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한 파병 정책을 추진한 정부는 즉시 철군시켜야 한다”며 현재 확산되고 있는 반전 의지를 정부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반전주간 행사에 참여한 대규모의 인원을 반전운동 확산의 근거로 들었다.

또한 우리나라 반전운동의 특성을 살펴 앞으로 한국 반전운동이 나가야할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겨레」 손석춘 논설위원은 “미국에 대한 패배의식이 만연해 있는 우리나라는 미국이 하는 일은 거절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뿌리 깊게 박혀있다”며 “거시적으로는 반전운동의 확산을 자신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낙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신적 상흔’의 치유가 있기 전에는 반전운동이 뿌리내릴 근본적인 토양을 조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사무처장 역시 “파병을 하기 전에는 반전단체들이 격렬하게 반대를 했지만 막상 파병이 된 후에는 ‘이미 떠났는데 뭘 더 어떻게 하겠냐’라는 태도를 보인다”며 반전운동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같은 경향에 대해 반전단체인 ‘다함께’의 김광일 운영위원은 “아직까지 반전 경험을 충분히 쌓지 못한 데서 오는 한계졈이라며 좀 더 많은 사회적 경험을 쌓고 거시적으로는 사회적인 민주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번 토론회의 목적에 대해 김운영위원은 “우리나라 반전운동의 방향을 생각해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반전운동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으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서 우리나라에 적합한 반전방향을 찾았다”며 그 성과를 이야기했다. 미국에 대한 의식전환과 함께 지속적인 반전운동을 전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전 세계에는 전쟁과 폭력이 만연하고 있다. 하지만 점차 불어오고 있는 반전운동의 바람은 곧 커다란 폭풍이 돼 전 세계의 폭력과 전쟁을 가라앉힐 날을 가깝게 이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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