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대학 2학년인 동기들을 보면 다들 사법시험 준비에 여념이 없다. 되도록이면 빨리 사법시험에 합격해야 한다는 생각에 겨울방학 때는 신림동 고시학원이나 인터넷 강의를 통해 선행학습을 하기도 하고, 전공배정을 받고 나서 바로 2학년 1학기부터 21학점을 전공 법과목 7개로 채워서 듣는 경우도 있다. 새내기 05학번들도 열심이다. 입학 전부터 고시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하고 오는 경우도 여럿 있고, 신입생임에도 도서관에서 법서를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워낙 사법시험이 합격하기 어려운 시험이기 때문에 다들 이에 대한 부담감으로 열심히 준비해서 일찍 합격하고자 하는 듯하다. 부모들은 자녀들이 일찍 합격하길 바라고 있고, 사회 내에서도 최연소 합격자는 화제거리에 오르내리며 뭇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로스쿨 도입과 함께 사법시험이 폐지되기로 함에 따라, 사시준비생들에게 사법시험이 폐지되기 전에 합격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더해진 것도 조기 사시준비 열기에 한몫을 하고 있다. 물론 고시공부를 오래 하느라 아까운 시간과 돈을 허비하는 것은 좋지 않다. 되도록이면 단기간에 공부하여 합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과 같이 학생들이 일찍부터 사법시험 준비에만 몰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법률문제를 해결할 때 법 이론을 사안에 알맞게 적용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를 위해 법 이론을 열심히 공부해서 잘 아는 것이 필요하지만, 법 이론을 적용하기 이전에 현실에서 사실관계를 명확히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지금과 같이 중· 고등학교에서 주입식 교육을 거친 후 대학에서 인간과 사회에 대한 어떠한 깊은 이해나 사고의 과정 없이 법 이론 공부에만 치중한다면 현실의 다양한 인간사회의 모습에서 나타나는 사실 문제들을 올바르게 파악할 수 없을 것이다. 바람직한 법조인이 되기 위한 기본적인 소양을 얻는 과정을 생략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는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취업난이 극심해짐에 따라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면, 여러 국가고시 준비와 외국어 공부에 바쁜 듯하다. 그러나 사회 어느 곳에서 어떠한 일을 하면서 살아가든 대학생활 동안 폭넓은 독서나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교양수업을 통해 교양을 쌓고,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혹은 학회나 동아리 등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경험을 쌓음으로써 삶에서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고 스스로의 가치관을 정립하는 과정은 꼭 필요하다.

현실적인 고시 합격에 대한 부담감이나 취업난의 문제를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갈수록 정보를 찾아 이용하는 know-where의 방법에만 능숙해 지식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갈 뿐 깊이 있는 이해가 부족해지고, 일찍부터 취업이나 고시 합격을 위한 공부에만 치중하는 풍토가 안타깝다.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에 대해 대학생들의 의식 있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김소라 현실과 법을 위한 모임 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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