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곤란을 넘지 못한 나는 꿈을 던지는 중이다"

▲그는 이기지 못했다.
화려한 성공신화가 넘쳐나는 영화계에서 소시민의 영웅담 아닌 영웅담을 그린 영화 ‘수퍼스타 감사용’은 신선한 결말을 던진다. 9회말, 역전을 앞둔 상황. 패전투수 감사용은 누구도 예기치 못한 ‘성공’을 이뤄내는 대신, 마지막 공을 던지고 고개를 떨군다. 그리고 영화는 결국 실력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주인공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자막을 올리며 끝을 맺는다. 느린 공밖에 던질 줄 모르는 왼손 투수의 한계는, 관객에게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사람의 형상을 각인시켰다.

▲사람들은 때로 느린 공을 던지는 서투른 왼손 투수가 될 때가 있다. 이 서툰 공은 타자의 방망이에 정확히 맞아, 어두커니 선 그의 곁을 지나치고 만루홈런이 돼 운동장을 벗어나 버린다. 이를 두려워하는 몇몇은 아예 자신의 손에 쥔 공을 내려놓는다. 이는 우리 주변, 많은 대학생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모습이다. 크게는 대학에서 사회로 나아갈 때의 경쟁을 두려워해 안정된 미래가 보장된 길을 적성과 관계없이 선택하기도 하고, 작게는 반박을 이겨낼 자신이 없어서 타인과의 논쟁을 회피해버리기도 한다. 첫수업에서 잔뜩 겁을 준 교수의 수업은 다음날 자리가 남아돌지만, 시험도 없고 레포트도 없다는 수업은 어느새 학생들이 자리를 빽빽이 메우고 있다. 때문에 현재의 대학생들은 도무지 어려운 것은 하지 않으려 하고, 쉬운 것만 찾아나서는 나약한 인간으로 그려지고 있다.

▲모든 것은 한계에 도달하기 마련이다. 완벽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할 한계를 두려워하고 미리 피해버린다. 스스로 느낄 실망감에 대한 두려움과, 그것을 본 타인이 자신을 향해 내릴 평가를 도무지 이겨낼 줄 모르는 것이다.

▲나는 한계를 경험하는 것이 결코 부끄럽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그깟 실망감 따위가 뭐그리 중요한 것인가? 지금 내가 부딪친 난관은 좌절이 아니라, 도전해 나갈 목표를 발견하게 해주는 것이다. 부끄러운 것은 오직 ‘나는 그것을 할 능력이 없어. 그러니 나에게 그것을 요구하지마’라고 말하는 것처럼, 한계가 곧 포기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다시 영화의 마지막 장면으로 돌아가보자. 경기에서 진 감사용은 고개를 떨군채 쓸쓸히 사라지지 않는다. 그는 웃고 있었다. 가능성을 보았기엡
아니, 설령 그것이 실패였더라도 아름다웠기에. 실제 감사용은 얼마후 1승을 거둔다. 그러나 영화는 감사용의 1승보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웃고 있는 ‘인간 감사용’을 말한다. 그것이 충분히 아름답기 때문이다. 영화 홍보 당시 감사용씨 이름 앞에 붙었던 수식어는 ‘꿈을 던진 패전투수’였다. 지금의 곤란을 넘어서지 못한 나는 꿈을 던지고 있는 중인 것이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