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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없이 일하고 싶은 사람들장애인 노동자 실태 분석
  • 정진환 기자
  • 승인 2005.03.21 00:00
  • 호수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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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일산의 한 사설 경제연구소에서 일하는 김제은 동문(지난 2000년 우리대학교 컴퓨터공학과 마침)은 휠체어에 의존해야 하는 1급 지체장애인이다. 청소년 시절 당한 불의의 교통사고로 척수가 마비됐다는 김동문은 경제연구소에서 러시아경제와 IT산업 등을 분석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김동문은 소위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경영학 석사학위까지 취득했지만 지금의 직장을 구하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때문에 대기업 1차 서류전형에서 번번히 탈락했다”고 말한다. 운좋게 서류전형을 통과하고 응시한 면접시험에서도 면접관으로부터 “혹시 우리 회사에 아는 사람 있는 것 아니냐”는 모욕적인 질문까지 받으면서 불합격됐다. 현재의 직장은 경영자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은 사람이었기에 채용될 수 있었다고 한다. 다른 경우와 비교했을때 훨씬 나은 환경에 있는 그이지만 “장애인 노동자로서 겪는 애로사항이 적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우리 그냥 일하게 해주세요”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아래 장애인공단)의 지난 2003년도 통계에 따르면 상시근로자 3백인 이상 사업체에서 근무하는 장애인 노동자는 2만2천2백29명으로 추산된다. 노동부에 등록된 장애인이 무려 1백5십만명에 이르고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이는 극히 적은 수일뿐 아니라 그나마 상당수가 생산직 3D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은 장애인들의 전반적인 취업경쟁력이 떨어지고 기업이 장애인 채용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또한 장애인공단 서울지사 김정연 대리는 “취업에 성공한 장애인 노동자도 금방 퇴사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고 말한다. 김대리는 그 이유로 “대다수의 사업장이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 요원, 지체장애인을 위한 휠체어 화장실을 갖추지 못하는 등 장애인 노동자의 신체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스스로 사교성이 좋다고 자부하는 김동문은 “동료들이 선입견이나 거리감을 갖고 대하기 때문에 불편할 때가 있다”며 장애인 노동자가 직장내 인간관계에서 겪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러한 현실은 보다 체계적인 정부차원의 장애인 취업정책이 수립돼야 함을 역설한다.

장애인의무고용제, 그 허와 실

이에 따라 시행되고 있는 제도가 바로 장애인의무고용제(아래 의무고용제)다. 이에 따르면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주는 근로자의 2%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한다.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업주는 미고용인원 1인당 50~75만원의 부담금을 내야 한다. 반면 의무를 초과 이행한 사업주는 연간 초과 고용인원에 대하여 장애정도 및 성별에 따라 1인당 월 30~60만원의 고용장려금을 지급받는다. 그러나 의무고용제를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는 사업체는 그리 많지 않다. 특히 대기업들은 장애인 노동자를 고용하기보다는 차라리 부담금을 내는 방향을 선택하고 있다. 지난 2004년 10월 7일 장애인공단이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04년도 30대 기업의 평균 장애인 고용율은 의무고용율에 한참 못미치는 0.5%였다. 이와 같은 저조한 의무고용율은 장애인 노동자 채용이 기업에게 단순한 봉급 지불 이상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장애인 채용시 사내 장애인 관련 편의·복지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고 기존 직원의 시선까지 감당해야 하기에 기업 인사담당자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최고경영진이 직접 나서 장애인 채용을 지시하지 않는 한 대기업의 장애인 채용은 요원하다”는 것이 김동문의 말이다. 실제로 지난 2004년 장애인 노동자 30명을 텔레마케터 등 사무직에 채용해 화제가 된 모 보험회사의 경우 CEO 차원의 별도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 한편 대기업의 장애인 채용기피 풍조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장애인 연계고용제도(아래 연계제도)를 도입했다. 연계제도는 기업이 장애인이 고용된 직업재화시설 등에 하청을 주고 이들의 생산품을 납품받을 경우 장애인 미고용에 따른 분담금을 감면해주는 제도다.

이러한 의무고용제를 전담하고 있는 기관인 장애인공단의 이영우 직원은 “의무고용제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라며 “이보다는 체계적인 직업교육을 통해 장애인의 취업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장애인 노동자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 때문에 장애인공단은 장애인의 취업알선, 직업훈련, 적응훈련 등의 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 노동자들이 장애인공단의 역할에 대해 만족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취업알선은 단순한 소개에 머물고 있고 직업훈련은 개개인에 적합한 맞춤교육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관계자의 지적이다. 또한 장애인공단은 고용부담금으로 벌어들인 막대한 액수의 예산을 직업훈련 등에 대한 재투자 대신 공단 건물 확충 등에 사용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우리에 대한 편견을 버려!”

장애인노동자는 선천적 또는 후천적 이유로 신체적 장애를 안고 있기 때문에 취업전선에서 일반인보다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의무고용제나 직업훈련 등 제도적 차원에서 이들의 취업을 돕는 것도 좋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일 것이다. 김동문은 “장애인을 의식하면서도 의식하지 않게 되는 상황이 이상적”이라며 “그러한 배려는 더불어 살면서 자연스레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거리감을 버릴 때 비로소 그들이 우리 사회의 진정한 일꾼으로 도약할 수 있지 않을까.

정진환 기자  anelk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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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장애를 가진 김제은 동문, 그는 좀더 실질적인 장애인 취업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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