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경제위기 이후 우리 사회 최대의 화두는 단연코 비정규직 문제라 할 수 있다. 전체 임금노동자의 1/2을 넘어섰다는 비정규 노동자의 규모도 문제지만, 이들 비정규 노동자들이 노동현장에서 일상처럼 경험하고 있는 차별과 배제의 문제 또한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이처럼 비정규 노동자의 문제를 풀어 나감에 있어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쏟아야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당사자인 비정규 노동자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결국, 비정규 노동자의 요구를 올바로 집약, 반영해 내고, 작게는 작업장에서 크게는 사회적 차원에서 비정규 노동자의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조합은 노동현장에서의 이러한 불합리와 차별을 개선시키는 수단이며, 노동자의 노동 3권은 노동자가 누려야 할 기본권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또한 스스로 단결해 노동조합을 결성, 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투쟁을 전개해 오고 있지만, 그 상징적 의미와 몇몇 개별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노동의 불안정화 경향을 되돌릴 수 있을 만큼의 결과를 낳지는 못하고 있다.

원인은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 자체가 조직화가 용이하지 않은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사용자의 반노동자적 태도와 더불어 사실상 조직화를 막고 있는 법·제도적 한계, 그리고 작업장 권력의 일부를 장악하고 있는 정규직 노조의 무관심과 방기에 기인한다. 비정규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결성함과 동시에 사용자는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를 악용, 고용계약해지를 통한 부당해고, 나아가 감시와 납치, 용역 깡패를 동원한 불법, 탈법적인 방법까지 사용하며 비정규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는 명백하게 노동자인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노동자가 아니다’라는 법 제도적 한계로 인해 최소한의 단결권조차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33조에는 노동자가 노동 3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음을 분명히 못박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정규 노동자의 일상 속에서는 헌법상의 노동기본권 보다는 ‘기업경쟁력’이라는 미명하에 자본의 효율성과 시장의 폭력적 논리만이 횡행하고 있을 뿐이다. 자신들의 정당한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비정규 노동자의 목소리는 여전히 무시되거나 억압·배제되고 있다. 점점 심화되고 있는 노동의 불안정화 경향을 되돌리는 일은 비정규 노동자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조직, 즉 노동조합 활동의 전면화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며, 이는 정규직이라는 방패막이 속에 개별화되고 파편화되어 가고 있는 우리 사회 노동운동의 역동성과 연대성을 복구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의 반노조적 자본의 행태와 법, 제도적 한계를 넘어선 정규-비정규 노동자의 연대를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 3권이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를 그려본다.

/손정순 한정비정규노동센터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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