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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 운동장 지금은 주차중
  • 김민형 기자
  • 승인 2005.03.12 00:00
  • 호수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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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려준 운동장을 되찾는데, 웬 모금운동?”

원주의과대(아래 의과대) 학생들은 운동장을 되찾기 위해 모금운동을 계획하고 있다. 이는 원주기독병원(아래 병원)이 지난 2000년 운동장을 빌려간 후 현재까지 돌려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운동장은 ‘사오는 것’이 아닌 ‘돌려받아야 할 것’이지만, 학생들은 학교측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해 학생들의 강한 의지를 표출할 방안으로 이런 운동을 계획했다.

지난 2000년 당시 병원은 증가하는 환자들 때문에 북새통을 이뤘으나 주차 공간이 부족해 차량을 감당하지 못했다. 이에 병원에서는 의과대에 운동장을 잠시 주차공간으로 빌려줄 것을 요청했고 의과대측의 승낙으로 운동장은 주차장으로 활용됐다. 당시 학생들은 곧 돌려주겠다는 병원 측의 약속을 믿었기 때문에 의과대측의 결정에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후 의과대측은 운동장을 되찾지 않고 다른 체육 시설을 마련했다. “기숙사 앞에는 농구장, 내에는 체력 단련 시설이 있다”는 의과대 학생부학장 박주영 교수(의과대·미생물학)는 “특히 농구장은 교직원들의 주차공간을 학생들에게 내어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의과대측에서 대체 체육시설로 마련한 농구장과 체력단련실은 그 시설이 매우 열악하다. 우선 주차장에 있는 농구장은 안전에 문제가 있다. 의과대 회장 성세용군(원주의학·01)은 “농구장은 주차장 한 켠에 마련돼 있어 차량의 이동이 많고 바닥도 아스팔트로 깔려있어 부상의 위험도 크다”고 말했다. 또한 체력단련실에 마련되어있는 운동 기구의 수는 극히 적으며, 대부분이 낡아서 사용할 수 없는 실정이다. 원의학사 사생회장인 김재홍군(원주의학·01)은 “체력단련실 안에 있는 러닝머신은 고장났고 역기는 녹이 슬어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체력단련실에서 남학생들은 탁구대를 이용하는 정도이고 여학생들은 줄넘기를 하는 정도”라고 밝혀 체력단련실 시설의 낙후함을 지적했다.

또한 매지캠과는 별도로 운영되는 의과대 동아리 중에는 농구 및 야구 동아리인 MSC(Medical Sports Club)와 축구 동아리인 SECS(Soccer Enjoy ClubmemberS)가 있다. 합쳐서 1백20여명의 학생이 소속된 두 동아리 모두 그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데, 의과대 동아리 연합회장 서상민군(원주의학·01)은 “현재 근처 중·고등학교 운동장을 빌려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러한 학생들의 불만에 따라 학생회측은 운동장을 되찾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다. 지난 2002년 17대 학생회는 서명 운동 및 손도장 찍기를 실시했다. 많은 학생들의 호응을 얻었던 그 행사로 인해 의과대측은 학생들의 뜻을 받아들여 운동장을 되찾아 주기로 했다. 그러나 의과대측은 그 해 말 학생들의 복지를 담당하는 학생부학장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지난 2004년 3월 출범한 19대 학생회 역시 운동장 문제 해결을 위해 학생들에게 홍보물을 배포하고, 교육 투쟁의 일환으로 의과대측에 문제 해결을 공식적으로 요구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19대 학생회가 계획했던 모금운동은 오는 16일부터 시작되는 선거를 통해 새로 취임할 20대 학생회가 맡을 예정이다.

학생들의 요구가 높자 의과대측에서는 오는 2007년까지 기존 병원에 있는 주차장을 확대하는 공사를 마무리지어 학생들에게 운동장을 돌려주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2007년이나 되어야 운동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답변은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의과대측이지난 2002년과 같이 일방적으로 계획을 백지화 할 것을 우려하는 성군은 “약속만 믿고 기다리기보다 학생들의 의지 표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병원이 주차공간이 부족해 일시적으로 학생들의 운동장을 빌려간 점은 이해 될 수 있다.

그러나 ▲학생들의 요구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5년이 지나도록 돌려주지 않은 점 ▲대안시설을 부실하게 운영 한 점 ▲뒤늦게 대안을 마련한 점 등은 운동장을 자유롭게 사용할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학교측은 병원의 주차 공간 부족에 따른 피해를 학생들에게 떠넘기기보다는 약속을 지키는 신뢰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김민형 기자  yislb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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