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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보다 빛나는 내일의 한국영화가 움트는 곳한국영화의 산실, 한국영화아카데미
  • 양소은 기자
  • 승인 2005.03.12 00:00
  • 호수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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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을까. 한국의 영화 관객들은 자막 없는 영화를 즐기기 시작했다. 휘황찬란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포스터보다는 한국영화의 포스터에 눈길을 보냈고 한국영화는 그러한 관객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한국영화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수준을 갖추게 되면서부터 관객들이 한국영화를 선택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지난 1990년대 초, 영화 『서편제』가 1백만 관객을 돌파해 신문지상에 대서특필되던 일이 무색하게도 5백만, 1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영화들이 등장했고 그 영화들은 신기하게도 대부분 ‘우리 영화’였다.

한국영화의 오늘을 일군 곳

모든 변화가 그렇듯이 이런 한국영화계의 변화도 갑자기 이뤄진 성과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꾸준히 가꿔져온 많은 것들이 커다란 변화를 낳았으며 결국 ‘한국영화의 성장’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영화 현장을 지키고 있는 많은 영화인들의 노력이 오늘의 한국영화에 큰 역할을 했다면 그들을 키워낸 곳, ‘한국영화아카데미’도 그 공로를 인정받아야 하지 않을까.

영화감독 봉준호, 임상수, 허진호의 공통점은 모두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영화를 배웠다는 점이다. 이 영화인들은 한국영화계 안팎에서 끊임없이 활약 중이다. 이들을 탄생시킨 한국영화아카데미는 지난 1984년에 문을 열었다. 한국영화아카데미 3기 출신이기도 한 박기용 원장은 “전두환 정권 시절, 미국은 자국 영화를 직접 배급하기 위해 정권에 압력을 가했고 당시 가뜩이나 침체돼 있던 한국영화계는 한국영화 산업의 고사를 우려해 정부에 대책을 요구했다”며 “그 대책의 하나로 한국영화아카데미가 세워졌다”고 말했다. 침체된 한국영화계에서 고육지책으로 만들어진 영화 교육기관이었기에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모일까 의심했었지만 예상과는 달리 영화인을 꿈꾸던 많은 이들이 모여들었다. 남산에 위치해 있던 영화진흥공사의 작은 방에서 12명의 1기 학생들과 함께 시작된 한국영화아카데미는 20여년의 세월을 거쳐 올해에는 연출, 촬영, 프로듀서,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30여명의 입학생을 선발했다.

스크린을 향한 열정을 이어가며

처음 문을 연 지난 1984년부터 학제와 교육분야는 계속 바뀌어 왔지만 한국영화아카데미가 지향하는 것은 변치 않았다. 이론 위주의 대학 교육에서 벗어나 당장 현장에 투입돼서도 제 몫을 해낼 수 있는 영화인을 양성하는 것. 이것이 바로 한국영화아카데미의 강점이자 장점이다. 영화를 배우고 있는 학생들에게도 이곳의 의미는 특별하다. 상명대 김상희양(영화학·04)은 “한국영화아카데미는 영화인을 꿈꾸는 학생이라면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곳”이라며 “실습 중심의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학에서 이론 공부를 마치고 진학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얘기했다. 박원장은 “소수 정예의 인원을 선발하기 때문에 입학 기준이 까다로운 편”이라며 “하지만 선발에 있어 가장 비중을 두는 것은 전공에 대한 스스로의 확신과 영화인으로서의 성장 가능성”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연출전공으로 한국영화아카데미에 입학한 최민석씨는 “영화를 즐기고 영화를 만들어온 많은 시간들을 통해 영화인으로서의 꿈을 키웠다”며 “존경하는 감독들이 배웠던 곳인 만큼 영화감독의 꿈을 이곳에서 이룰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영화아카데미에는 내일의 영화인을 위해, 한국영화의 내일을 위해 열정을 쏟아 붓는 젊은이들이 있다.

대학과 현장 사이, 특별한 교육

한국영화아카데미는 지난 2004년 마포구 서교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옛 케이블 방송국을 리모델링해 만들어진 이곳은 대학이라고도, 영화 현장이라고도 할 수 없는 외관을 갖고 있다. 그 독특한 외관처럼 대학과 영화현장 사이에 서있는 한국영화아카데미는 20여년간 끊임없이 변모하며 색다른 교육을 전수하고 있다. 총 4학기의 교육 기간 중에서 첫 1학기는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입문교육과 함께 디지털 영화 교육이 이뤄지며 2학기에는 16mm 필름 작품, 3학기에는 35mm 필름 작품을 실습한다. 그리고 마지막 학기에는 직접 졸업작품을 만들어 졸업작품전을 연다. 출품작이 DVD로 제작돼 배포되기도 하는 이 졸업작품전은 해마다 독창적인 작품들을 선보이며 일반인들에게도 깊은 관심을 얻고 있다. 박원장은 “졸업작품에는 실험영화를 많이 선보이는 편”이라며 “그러한 새로운 시도를 통해 영화 현장에서 만들어 낼 작품들의 가능성을 높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는 발전 계획을 수립해 학제를 1년제로 개편하고 소수를 선발해 학생들에게 장편영화를 직접 제작하게 하려 한다”고 밝혔다. 20여년의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역사가 한국영화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한 것은 이처럼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하고 학생들의 요구에 귀기울여온 전통에 있지 않을까.

한국영화아카데미의 또 다른 장점으로 꼽히는 것은 출신 영화인들의 끈끈한 결속력이다. 지난 2003년에는 20주년을 맞아 졸업생 20명이 각자 20편의 단편영화를 제작해 ‘이공(異共)’이라는 영화제를 열기도 했다. 영화인을 한자리에 모이게 만드는 힘, 그 원천은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사랑하는 마음뿐 아니라 영화에 대한 모두의 순수한 열정일 것이다.

한국영화아카데미 건물의 한 쪽 벽면에 늘어선 졸업생들의 영화 포스터들의 옆자리는 아직 다 채워지지 않았다. 그 공간은 밤을 밝히며 영화를 향해 꿈꾸는 예비 영화인들을 위한 자리다. 포스터의 행렬을 이어갈 예비 영화인들과 함께, 한국영화의 미래도 꾸준히 성장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양소은 기자  nacl1013@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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