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수교 40주년을 맞이한 한일 양국 사이에 최근 독도 영유권 문제를 둘러싸고 심상치 않은 긴장관계가 조 성되고 있다. 일본 시마네현 의회 상위위원회의 ‘다케시마(독도)의 날’ 조례안 가결, 다카노 주한 일본대사의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부적절한 발언, 일본 경비행기의 독도 상공 일방 진입 시도 등은 현재 양국관계를 크 게 손상시키고 있다. 그동안 독도 영유권 문제에 관해 “조용한 외교”를 선택해 왔던 한국 정부도 이례적으로 강하게 맞대응하고 있는 듯하다. 며칠 전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은 “독도문제는 주권문제로서 한일 양국관계보 다 상위개념”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골이 깊은 과거사 문제 때문에 양국간 미래지향적 협력관계 를 형성하는 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향후 한일 양국이 상호 화해와 협력을 통해 경제, 안보, 외교, 문화 등 다방면에서 상호이익을 크게 취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장 황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즉, 문제는 한일 양국간 미래지향적인 협력 관계를 어떻게 실질적으로 도출 해 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양국간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서로 화해할 수 없는 대립과 갈등의 역사 와 상호 관념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형성한다는 것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먼저 지 적하고 싶은 것은 양국의 정부, 혹은 정치지도자들이 한일관계를 다룰 때 국내정치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정부차원의 노력만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일 양국이 대립과 갈등의 역사를 극복하고, 화해와 협력이 상호이익을 창출한다는 관념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민간차원의 협력과 교류가 매우 중 요한 의미를 가진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를 계기로 해 양국 국민들 사이에는 다양한 분야에 있어서 교류와 협력이 확대되기 시작했고, 최근 일본내 한류 열풍으로 말미암아 그 어느 때보다 상호 이해와 친선의 폭이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민간차원의 교류와 만남을 통해 한국 국민들과 일본 국민들은 양국의 역사적 관계 에 대해 매우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때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합당한 논리적 설명 도 없이 일본인들에게 무조건 ‘과거에 대해 사과하라,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식의 일방적인 주장을 하는 것 은 소모적인 논쟁일 뿐이라는 점이다. 그보다 사실에 근거하여 과거 일제통치가 한국 국민들에게 얼마나 많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줬는지, 1905년 힘없는 조선으로부터 독도를 강탈해 간 일본의 대외정책이 왜 국제법적으 로 부당한 것인지를 사실적 근거와 합리적 논거를 갖고 일본 국a민들에게 우리의 입장을 설명하고 설득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에는 우리 청년 학생들도 또래의 일본 학생들과의 활발한 교류와 대화를 통해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여론지도층으로서 한일 민간 지식인들은 ‘인식공동체’의 장을 마련하여 서로 협력하는 것이 각 분야에 있어서 상호 발전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고, 이러한 협력의 정 신이 정부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그들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민간차원의 노력들은 진정한 한 일협력의 신시대를 개척하는 데 있어서 작지만 매우 중요한 첫 발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박한규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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