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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게 주어진 양날의 칼, 엠바고
  • 양민진 기자
  • 승인 2005.03.12 00:00
  • 호수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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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괴 사건은 2차 범죄를 막기 위해서라도 보도해야 합니다. 그러나 유괴된 사람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수사 기관의 보도보류를 받아 들여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겨레」 여론매체부 임종업 부장의 말에는 보도보류, 즉 엠바고 상황에 대한 기자의 고민이 잘 묻어난다. 기자는 독자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신속하고 정확한 보도를 요구받지만 동시에 공익이나 국익을 위해 보도 시한을 늦추는 엠바고를 요구받기도 한다. 임부장은 “대부분의 언론사가 국가와 공공의 이익을 저해하고 범인 검거와 수사를 방해하는 등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사안에 대해 제한적으로 엠바고를 받아들이고 있다”며, “취재원으로부터 엠바고를 요청받은 각 신문사별 기자들과 신문사 내의 단계별 합의를 거쳐 엠바고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수용과 협약, 그리고 파기

하지만, 이러한 엠바고 결정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관행적으로 엠바고가 수용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언론재단 김영욱 책임연구위원은 “엠바고는 모든 정보를 제때 알아야 하는 독자의 권리를 제약하므로 신중하게 다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리 언론사회에서 너무 안일하게 남용됨으로써 끊임없이 시비가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이에 「문화일보」 뉴미디어부 박민 차장은 “여러 사람의 이해관계가 걸린 민감한 사안의 경우, 단정적으로 보도하면 법적 책임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엠바고를 받아들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법적 책임에 대한 부담감이 기자들로 하여금 엠바고를 관행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엠바고 남발도 문제지만 엠바고 협약을 깨는 것 역시 문제다. 「미디어오늘」 기획취재팀 조현호 팀장은 “엠바고가 합의됐는데도 불구하고, 특종 욕심에 이 약속을 깨는 경우가 있다”며, “이럴 경우 해당 기자에 대한 비판적 분위기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04년 2월 「중앙일보」 홍혜걸 기자가 국제적 엠바고가 걸려 있는 황우석 박사의 배아복제 논문을 먼저 발표한 것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협약된 엠바고를 깨는 모든 행위가 부정적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 「경향신문」 사회부 법조팀에서 활동하면서 엠바고 상황을 겪고 있는 권재현 기자는 “비록 엠바고에 합의했더라도 보도 시점을 늦추는 것이 공익과 국익을 저해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약속을 어기고 바로 보도하기도 한다”며, “이러한 경우 기자간 합의를 깼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04년 11월 「전북일보」에 실린 ‘전주지검 비리의사 구속사건’은 엠바고에 합의했으나, 기자가 후에 보도 보류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해 이를 깨고 보도한 경우다. 이에 대해 비판도 있었지만 비교적 잘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엠바고 문제, 기자 판단 중요해

그렇다면 엠바고 협약 파기가 일어나는 배경은 무엇일까. 엠바고에 관한 공식적인 기준은 지난 1957년 4월 7일 ‘1회 신문의 날’을 기념하면서 전국 신문·통신사 편집인들이 합의한 『신문윤리강령과 그 실천요강(아래 윤리강령)좭뿐이다. 지난 1996년에 개정된 이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이 윤리강령 중 「제6조 보도보류시한 관련규정」에는 ‘기자는 취재원이 요청하는 합리적인 보도보류시한을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존중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이런 윤리강령은 기자에게 엠바고에 관한 문제의식을 환기시키고 각성의 기회를 제공할 뿐, 법적 강제력은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 실제로 엠바고 협약을 깼을 시에는, 초기 엠바고를 합의한 각 신문사 기자단들의 합의에 의해 며칠간 고정취재처의 출입 저지나 브리핑 참석불가 등의 징계가 내려진다. 그러나 권기자는 “이러한 징계는 기자나 신문사에 큰 타격을 주지 않으며, ‘제재가 가해진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데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렇듯 엠바고 파기에 대한 징계가 심각한 타격을 주지 않으므로, 무엇보다 엠바고에 관한 한 기자들의 윤리적인 판단이 중요하다. 조팀장은 “엠바고의 문제는 윤리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제도나 법적인 방법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며 기자 판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자에게 요구되는 사명감

엠바고는 미디어윤리 개념으로써 옳고 그름을 확실히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기자에게 부여된 ‘자유로운 정보 접근’이라는 막강한 특권은 ‘독자의 알 권리 보장’이라는 의무를 위해 주어진 것이다. 이런 기자의 위치에 적합한 사명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때다.

양민진 기자  jmuu@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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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독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지만, 제한적으로 정보차단 요구에 부딪히기도 한다. /그림 주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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