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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M를 사이에 두고 오가는 전파천문대
  • 김아람 기자
  • 승인 2005.03.07 00:00
  • 호수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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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문연구원(아래 천문연)이 주관하는 ‘한국우주전파관측망(Korean VLBI Network, 아래 KVN)’ 사업의 일환으로 우리대학교에 설치될 연세전파천문대(아래 전파천문대)의 부지 선정이 학교측과 천문연간의 의견 차이로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2004년 1월 교수평의회(아래 교평)의 중재로 전파천문대를 기존 부지였던 노천극장 위 산정중앙부에서 동남쪽으로 12m 떨어진 곳에 설치하기로 에코연세와 천문대를 비롯한 교수들 간에 합의가 이뤄졌으나 천문연이 이에 동의하지 않아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전파천문대의 가치 KVN은 오는 2007년까지 수도권의 우리대학교와 영남권의 울산대학교, 제주권의 탐라대학교 이상 세 곳에 전파망원경 3대의 설치를 목표로 시설 및 장비 예산으로 3백2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KVN 사업은 이미 국제 VLBI 회의에서 국제협력 및 기술지원 최우선 사업으로 선정돼 그 중요성을 인정받았다. 이는 지름이 20m인 3대의 전파망원경을 연결해 지름 4백80km 크기 망원경의 효과를 얻는 것으로, 이에 대해 우리대학교 천문대 정남해 연구주임은 “각각의 망원경에서 찍은 우주 사진을 합쳐 큰 사진을 만들어 관측하는 것”이라고 원리를 설명했다. 또한 2007년 완공 이후에는 북한에 2대의 안테나를 추가 설치해 아시아-태평양 네트워크 형성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지난 2월까지 천문대장직을 맡아온 변용익교수(이과대·관측천문학)는 이에 대해 “전파천문대와 함께 건설될 KVN 연구센터가 한·중·일 간의 교류를 통해 동아시아 천문 연구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지 결정과정에서의 논란

지난 2001년 12월 우리대학교가 전파천문대 유치에 성공했으나 지난 2003년 6월 설립부지가 알려진 직후 에코연세는 환경훼손 및 시각적 위압감을 이유로 건립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이후 전파천문대 건축위원회가 부지선정문제의 해결을 위해 기존 위치에서 동남쪽으로 12m 옮기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에코연세가 이를 거부해 전파천문대 공사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이에 양측은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교평이 중재 및 대의기구로 선정됐다. 지난 2004년 1월 ‘연세전파천문대 대책위원회’가 열렸고, 교평 환경분과위원회의 감독 아래 무기명 투표 방식을 거쳐 동남쪽으로 12m 옮겨진 부지에 전파천문대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변경 부지, 안전성 확보 문제돼

그러나 지난 2004년 8월 천문연이 학교에 보낸 ‘KVN 전파망원경 설치위치 확정’ 공문에서 설치 위치가 교내에서 의결된 동쪽으로 12m 옮겨진 부지가 아닌 산정중앙부임을 명시해 논란은 다시 시작됐다.

천문연은 ▲부지 합의 과정에서 천문연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점 ▲부지의 지질구조상 안전성 문제 ▲부지 이전의 이유를 납득하기 힘들다는 점을 들어 변경된 부지에 반대했다. 천문연 김현구 박사는 “12m 옮겨진 부지는 천문연과의 상의 없이 연세대학교 내에서 변경된 것”이라며 기존의 논의에서 천문연과의 협상 노력이 부족했음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교평 환경·시설분과위원장 임윤철 교수(공과대·윤활공학)는 “부지선정 논란은 학내에 국한된 것이기 때문에 여론을 수렴해 결론을 도출해낸 것으로 충분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박사는 “1월에 의결된 부지 변경에 대해 천문연은 학교로부터 통보받은 적이 없어 4월이 돼서야 사태를 파악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변경된 부지가 안정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갗에 대한 우려 역시 천문연이 산정중앙부를 고수하는 이유다. 지난 2004년 9월 천문연은 변경된 부지를 대상으로 지질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12m 옮겨진 부지가 비탈면이고 지반(풍화암)이 연약해 주변 수목을 제거해야 하는 추가 기초공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산정중앙부로의 설치를 재요청했다. 우리대학교 토목공학과 역시 지난 1월에 자체적으로 지질 공사를 실시해 안정성 여부를 확인했는데, 산정중앙부보다 지질 상태가 다소 약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대해 변교수는 “지질이 약하다는 결과가 있으나 우리의 토목 기술로 부족한 면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초 공사를 해도 기존의 산정중앙부보다 안전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망원경 제작사 측도 지난 2004년 11월 지질 조사를 통해 선정된 부지가 잡석으로 돼있어 침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비탈면 기초공사 후 시공 시 망원경의 정상 작동에 대한 보증을 할 수 없다고 천문연에 통보한 바 있다.

한편 부지가 변경됐던 데에는 환경훼손 및 외관상의 이유가 크게 작용했었는데 이것이 변경 뒤의 부지에서도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여져 천문연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실제로 비탈면에 전파천문대를 설치하려면 하단에 높이 2m의 콘크리트 축대를 쌓아야하므로 외관상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김박사는 “부지 변경이 당초 목적이었던 환경을 배려한 결과가 아니었다고 판단되므로 학내구성원의 합의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입장을 밝혔다.

부지선정 논란 속에 착공 지연돼

결국 지난 2004년 10월 교평 환경분과위원회가 중재안에 따라 설치할 것을 의결해 천문연의 요구사항은 수용되지 못했다. 하지만 “한 두해만 하고 그만둘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가장 최적지에 천문대를 건설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는 김박사의 말과 같이 천문연은 아직도 산정중앙부를 입지로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평이 중재안을 고집하는 데에는 기존의 소모적 논쟁을 피하려는 의도가 있다. 이에 대해 임교수는 “어렵게 도출된 결론을 다시 변경하면 에코연세 등에서 반발이 심해져 처음 단계부터 논의가 반복될 것”이라며 무리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초 우리대학교는 지난 2004년 11월에 세 대학 중 가장 먼저 관측 시설을 짓기로 했으나, 전파천문대 부지가 확정되지 못해 지난 2004년 12월 2일 울산대학교가 첫 번째 기공식을 가졌다. 일부에서는 우리대학교의 전파천문대 시설 유치 자체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이는 착공 전 시작 단계인 부지 선정에서부터 심한 갈등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KVN은 우리대학교 사상 최초로 국가예산으로 유치한 국립연구소 설립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크다.

환경 보존을 주장하는 에코연세 측과 더 나은 연구환경을 주장하는 전파천문대측 사이에서 교평의 중재를 통해 나름대로 합의를 마련한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합의 결과인 12m 이전안을 산정중앙부지 설립안과 비교할 때 오히려 안정성, 환경 훼손 방지, 더 나은 외관 등에 있어서 더 부정적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학내 구성원의 합의 이전에 충분한 검증을 거쳐 더 나은 결과를 위한 노력 역시 선행돼야 한다.

김아람 기자  rammy117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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