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를 하다 보면 가끔 ‘오프 더 레코드(off the record)’ 요청을 받는다. 오프 더 레코드는 ‘기록에 남지 않는 비공식 발언’이라는 뜻으로 기자에게는 별로 달갑지 않은 말이다. 취재원은 오히려 오프 더 레코드를 통해서 진심을 드러내곤 하는데, 취재원이 오프 더 레코드를 요구하면 기자는 이를 보도·공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1503호 ‘연합신학대학원 신입생 모집 논란’을 취재하면서 나는 처음으로 취재의 고충을 겪었다. 목회신학 석사과정의 일부 학생들이 “내부사정을 보도했을 경우 일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며 연신원의 신입생 모집 중단 사정에 대해 오프 더 레코드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처음 오프 더 레코드를 들었을 때는 ‘취재 먼저 시작하고 보도여부는 나중에 생각하자’는 마음으로 취재에 임했다. 하지만 취재원이었던 학생대표자의 강한 요구에 점점 보도 가능성은 낮아졌고, 나는 결국 오프 더 레코드를 약속하게 됐다. ‘시의성은 떨어지지만 문제가 해결된 후 보도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던 나는 그것이 너무나 큰 실수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당시 나는 독자의 알권리를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기자는 취재를 통해 처음 논란이 시작된 이유에서부터 그들의 속사정, 향후 대책까지 알 수 있지만, 독자들은 기자가 이를 신문에 보도하지 않는 한 알 수가 없다. 기자가 취재원을 설득하지 못해 보도하지 못하면 대부분의 독자는 그 일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지 못한 채 넘어가게 된다. 사태가 클수록 널리 알려 여론을 환기시키고 함께 대책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나는 다시 취재원을 설득해 오프 더 레코드 된 사안의 일부를 보도할 수 있게 됐다. 
학교의 일이라면, 학교에서 ‘일을 냈다’면 연세인은 알 권리가 있다. 취재원의 오프 더 레코드를 받아들이고 그 약속을 지키는 것만이 기자의 미덕은 아니다. 기자라면 취재원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뿐만 아니라 독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취재원을 얼마나 잘 설득시켜 ‘온 더 레코드(on the record)’를 할 수 있느냐는 기자의 성실성과 집념이 결정한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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