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이란 말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힘을 느끼게 하는 말이다. 그리고 수동적 행동이라면 마음에 내키지 않는 것을 마지 못해서 하는 소극적인 행동이다. 따라서 ‘수동적 공격’이라고 하면 앞뒤가 안 맞아 보인다.
사람들이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자세로, 상대방의 의도나 목표가 수포로 돌아가도록 공격하려는 동기에서 나온 행동을 ‘수동적 공격’이라고 한다. 인간은 자기가 싫어하거나 불신하는 사람에게는 동조하지 않으려는 심리가 있고, 그 정도가 강해지면 상대방의 목표나 계획이 좌절하게 만들기도 한다.  주변에 보면 수동적 공격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신뢰와 존경을 받지 못하고 외적 통제만 일삼는 공장장은 태업에 시달리게 된다. 태업을 통하여 생산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되면 애간장이 타는 것은 공장장이다. 근로자들의 수동적 공격 탓이다. 억지로 시키는 공부를 해온 학생들은 자기 자신도 모르게 공부가 안되는 방향으로 노력하게 마련이다. 남의 글을 퍼오거나 공부하는 척해서 최소한의 노력만 하는 이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많다. 학생들은 교묘하게 강요하는 이들의 의도나 기대를 저버리고 만다.
불신과 적개심의 대상이 되는 부모가 자녀를 원치 않은 학과에 입학하게 만든다면 그 자녀들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게으름을 피우거나 적응하지 못하게 된다. 성적이 나쁘고 적응을 못하면 실망하고 속상해하며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사람은 바로 부모다. 수동적 공격은 결과적으로 피차가 모두 실패하게 만든다.   
공격적인 행동은 주위 사람들의 눈에 쉽게 발각돼 처벌을 받거나 배상을 하게 돼 위험천만한 일이다. 따라서 남들의 눈에 잘 띄지 않게 교묘하게, 주로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이 수동적 공격이다. 수동적 공격은 공격받는 사람이나 공격하는 사람이 그 숨은 동기를 잘 알아차릴 수 없어서 쉽게 개선되지 않는다. 결국 해결방안은 관련된 사람들의 관계가 좋아지는 것이다. 쌍방이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며 아끼고 사랑하게 된다면 수동적 공격은 사라지게 된다.  
군사독재정권 때부터 대학 졸업식이 썰렁해지기 시작했다. 그 시절 국립대학의 총장은 대통령이 직접 임명했다. 대학생들은 불신의 대상이던 통치자가 임명한 총장을 신뢰하고 존경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그 대통령과 총장을 공격하고 싶은 적개심의 소극적인 표출로서 학생들이 졸업식 도중에 졸업장을 받지 않고  어슬렁 어슬렁 걸어나왔던 것이 썰렁한 졸업식의 시초였다. 그것이 바로 대학생들 사이에 확산된 졸업식에 대한 수동적 공격이었다. 물론 대학교마다 졸업생 수가 너무 많아서 개개인에게 의미있는 졸업식이 되기가 어려워서 졸업식장에 안 들어간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금년부터 우리 대학교는 단과대 별로 나누어서 훨씬 더 조촐하고 아늑한 분위기에서 졸업식을 하고 있으니 이제는 수동적 공격의 패턴에서 탈피해야 한다. 식장 밖에서 친구나 가족들과 사진은 찍으면서 졸업식장을 거부하는 현상은 군사독재정권 때의 유물이다. 과거에 사로잡혀 살지 말고 이제부터 우리는 즐겁고 의미있는 졸업식장을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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