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누리야학을 찾아서

원주시 중앙동 시민복지센터에는 저녁 7시만 되면 배움의 등불을 켜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누리야학’ 사람들이다. 그들은 덩그러니 놓여진 공간에 책장과 칸막이만으로 그들만의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누리야학에서는 ‘야학’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열정이 만들어낸 빛이 뿜어져 나왔다.

원주시청과 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비영리 비정규 학교 누리야학은 현재 3명의 대학생 교사와 40명의 학생들로 구성돼 있다. 누리야학의 학생들은 대개 집안형편이나 자라온 환경이 원인이 돼 학업에 소외된 사람들로 10대부터 60대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 낮에는 일을 하고, 밤이 되면 한 손에는 시장바구니나 서류가방을 든 채 야학을 찾는 학생들에게 누리야학은 이름처럼 거창한 곳이 아니라 그저 ‘학교’라는 사회를 접하는 공간이다. 누리야학의 교장인 구자훈군(한라대, 사복·01)은 “야학이라고 하면 보통 노동야학, 검시야학 등을 떠올리는데 누리야학은 어린시절에 경험하지 못한 학교를 경험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누리야학은 여느 학교와 다름없이 매년 소풍이나 체육대회를 갖고 졸업장도 나눠준다. 여름에는 춘천, 강릉 등에 소재한 도내 타 야학들과 함께 1박2일의 문예행사를 갖는데 이 행사에서는 교육에 대한 많은 정보를 교환하는 알찬 시간을 보낸다. 누리야학 학생회장 이경자 할머니(65)는 “학생들끼리 단합이 잘 돼 굉장히 화목한 분위기”라며, “공부를 좀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야학의 선생님들처럼 사회봉사를 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는 말로 야학교사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현재 누리야학의 교사로 있는 3명의 대학생은 퇴임하지 않고 남아있는 사람들이다. 하루에 3시간씩 일주일 내내 이루어지는 수업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다. 달리 수업료를 받지 않는데다가 낮에는 공부, 밤에는 야학교사 일을 하는 것이 힘들다는 이유에서 지원자는 매년 적다. 하지만 구군은 “가끔 지칠 때도 있지만, 야학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다”며, “나는 짧은 지식을 가르치지만 누리야학을 통해 오히려 내가 삶의 지혜나 살아가는 방법 등 값진 것을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구군과 함께 누리야학에서 교사로 활동 중인 권연희양(상지대, 화학·03)은 “처음 시작하게 된 동기는 교사라는 꿈이 있기 때문이었지만 지금은 누리야학이 생활의 일부가 됐다”며 “학생들이 예전에 가르쳐줬던 수업내용을 기억할 때는 짜릿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야학을 하는 용기가 대단하다는 말에 “누구나 할 수 있는데 단지 안 할 뿐이지 전혀 대단하지 않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이는 그들 앞에서는 부끄러움마저 느껴졌다. 누리야학에는 공부를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학생들이 있고, 자신의 생활을 반납하고 학교 시험 전날에도 분필을 쥐고 수업을 하는 교사가 있다. 그 곳은 성숙한 배움과 가르침으로 넘쳐나고 있었다.

매년 야학 교사를 지원하는 학생들이 물어오는 질문은 ‘교사 자격증은 주냐’, ‘시급은 얼마냐’ 등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구군은 “교사 수가 적어 일이 많고 피곤해도 야학 교사라는 자부심을 갖고 일에 임하는 대학생들에게는 정말 맥빠지는 질문이 아닐 수 없다”는 말로 아쉬움을 토로했다. 젊음이라는 단어로 야학의 길을 걸어가는 것. 그저 편하게 살기를 원하는 안일함을 버리고, 가치 있는 젊음을 보내기에는 더없이 매력적인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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