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 천상병

산등성 외따른 데,

애기 들국화.

바람도 없는데

괜히 몸을 뒤뉘인다.

 

 가을은

다시 올 테지.

 

다시 올까?

나와 네 외로운 마음이,

지금처럼

순하게 겹친 이 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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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국화는 부끄러워요.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테지만

들국화의 외로운 마음과

바람님의 외로운 마음이

순하게 겹친 그 순간을 저는 느꼈어요.

 

이 순간, 다시 올까요?”

 

귀를 기울이니

들국화의 수줍은 고백이 들린다.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거라

그는 얘기했지만

들국화의 마음을 알아 준

맑디 맑은 시인이 한 명 있었다.

 

천상병은 천상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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