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 천상병
산등성 외따른 데,
애기 들국화.
바람도 없는데
괜히 몸을 뒤뉘인다.
가을은
다시 올 테지.
다시 올까?
나와 네 외로운 마음이,
지금처럼
순하게 겹친 이 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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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국화는 부끄러워요.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테지만
들국화의 외로운 마음과
바람님의 외로운 마음이
순하게 겹친 그 순간을 저는 느꼈어요.
이 순간, 다시 올까요?”
귀를 기울이니
들국화의 수줍은 고백이 들린다.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거라
그는 얘기했지만
들국화의 마음을 알아 준
맑디 맑은 시인이 한 명 있었다.
천상병은 천상 시인이다.
윤성훈 기자
saintangel@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