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의 손을 잡고 이렇게 물어보자. “당신은 어째서 이토록 삶을 사랑했던 것입니까?”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지난 2004년 12월 10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열리는 「톨스토이전-살아있는 톨스토이를 만난다」는 두 달이 다 돼가는 지금도 관람객들의 열기가 가시지 않는다. 톨스토이의 친필원고가 러시아를 떠나 처음으로 공개된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 전시회지만, 무엇보다도 단일 작가로서 이렇게 큰 전시회를 갖는 것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전쟁과 평화』, 『안나 까레리나』의 작가로서뿐만이 아니라 인간적인 모습, 교육가, 사상가로서의 모습도 지닌 톨스토이의 삶의 흔적들로 전시회는 구성됐다. 가장 먼저 전시의 시작을 알리는 ‘인간 톨스토이’에서는 생전에 행복했던 톨스토이의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출생에서 죽음까지 그는 부유한 삶을 영위했고, 그 삶을 반영하듯 전시장은 당시 찾아보기 힘들었던 사진들로 가득했다. 그 사진들에서 다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톨스토이. 그는 귀족가문과 유명작가라는 명성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민중의 편이 되었고 민중의 마음이 돼줬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한 명의 인간이었던 톨스토이는 ‘야스나야 폴라냐’에서 생명을 얻고 몸을 묻었다. 전시된 ‘야스나야 폴라냐’의 사진과 삽화들은 톨스토이에게 삶과 죽음, 불멸에 관한 개념을 생기게끔 해준 곳임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시원한 경관을 지니고 있었다.

‘인간 톨스토이’를 지나자 ‘작가 톨스토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쟁과 평화』, 『유년시절』, 『안나 까레리나』, 『부활』과 같은 그의 명작들의 삽화와 몇몇 친필원고가 전시돼 있다. 그의 멋지고 수려한 글씨에는 안정된 삶이 녹아 있어, 보는 이의 마음까지 편안하게 해준다. 또한 그는 ‘교육자 톨스토이’이기도 했다. 우리에게도 유명한 『바보 이반 이야기』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동화쓰기나 우화수집을 했으며 농민들을 위한 학교를 세우기도 했다. 친구만 봐도 그 사람을 안다고 톨스토이의 친구들 또한 그의 지적 면모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러시아의 작가 투르게네프, 안톤 체홉, 고리끼 그리고 인도의 사상가 간디까지 그의 친구였으며 중국, 인도, 미국 등 모든 세상이 그를 바라보았다. 후에 노자의 사상에 관심을 가지고 그에 대한 논문을 쓰기도 했던 그의 흔적도 남아 있어 하나의 세계관에 그치지 않는 사상가이기도 했던 톨스토이임을 알 수 있었다.

친필원고, 그림, 유품, 사진, 생전에 쓰던 물건들, 친구들의 편지, 그리고 영화에 이르기까지 톨스토이의 삶의 흔적은 모두 담겨 있던 톨스토이전. “이 전시회가 한·러의 문화적 교류를 더욱 돈독히 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전시회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톨스토이 전시회 전시팀 정세라 직원은 말한다. “나이가 지긋이 드신 분들은 몇 번 씩이나 오셔서 하루 종일 관람하시며 손을 잡고 이런 전시회를 열어주어 감사하다고도 말한다”며 사람들의 열띤 반응을 소개했다. 완벽하기보다는 완벽하고자 노력하는 삶을 더 소중하게 생각했던 톨스토이. 먼 한국에 자신의 많은 흔적들을 보내 우리에게 자신을 알린다. 전시회를 보고 나니 그의 답이 들려온다. “내 소설을 읽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사랑하게 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런 나의 삶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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