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현동 달동네. 끝이 보이지 않는 산길을 타고 올라가자 작은 집이 보인다. 안에는 아이들이 왁자지껄하게 뛰어놀고 있다. 선생님들은 아이들 숙제를 봐주고 가르치는데 여념이 없다. 소란스럽기 그지없지만 아이들이나 선생님 모두 표정만은 밝아보인다. 이것은 늘사랑교회 심상철 목사가 운영하는 ‘나무를 심는 학교’라는 지역아동센터(아래 공부방)의 풍경이다.

1960년대 이후 진행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도시에는 빈곤지역들이 생겨났고 특히 이 지역에는 편부모 가정이나 맞벌이 가정이 많다. 부모의 보살핌을 받는 시간이 부족한 이러한 가정의 아동들은 각종 위험에 노출돼 있을 뿐더러 학업성취도가 비교적 떨어지는 편이다. 공부방은 이 아동들에게 빈민운동가들이 관심을 가지게 됨에 따라 자생적으로 생겨났으며 방과후 학습지도, 특별활동뿐 아니라 식사까지 제공한다. 이같은 곳은 전국에 4백25개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며, 주로 종교단체나 개인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지난 2004년 실시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3%의 공부방만이 전용 건물을 가지고 있으며 상당수가 독서실 등 시설면에서 열악한 여건 하에 놓여 있다. 또한 대부분이 독지가 등의 후원에 의해 근근히 꾸려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공부방 지원단체인 ‘부스러기사랑나눔회’의 한 관계자는 “공부방은 정부위탁사업이 아닌 만큼 개인의 힘으로 이끌어가기는 무리가 있다”며 사회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처럼 무상으로 운영되는 공부방에는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나무를 심는 학교’도 무허가 건물에서 근근히 꾸려나가는 실정이다. 심목사는 “고된 일이지만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자원봉사자의 참여를 촉구했다. 현재 대학교나 직장 등에는 공부방 봉사 모임들이 많다. 이들 모임의 회원들은 방학 등의 기간을 활용해 정기적으로 공부방에서 학습지도, 청소 등의 일을 돕는다. 강혜영씨(아동교육·석사4학기)도 2년째 공부방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강씨는 “아이들에 대한 애정으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대학교에는 학생들이 공부방 등에서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사회봉사’수업이 있다. 이 과목을 개설한 이훈구 교수(문과대·사회심리)는 “공부방에서 우리학교 학생들이 성실하다고 칭찬을 많이 해 흐뭇하다”면서 “졸업하기 전에 이 과목을 꼭 한번 수강해 보라”고 학생들에게 당부했다. 대학생들은 미래 우리 사회의 지도자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어두운 면과는 유리돼왔던 것이 사실이다. 공부방 봉사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불우한 아동들과의 연대를 이룰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심목사는 요즘 정식 건물로 공부방을 이전하기 위해 분주하다. “처음에는 주눅들었던 아이들이 밝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심목사의 몸은 지쳐도 마음은 결코 지치지 않는다. 앞으로도 공부방을 계속 운영할 것이라는 그에게서 아이들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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