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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협상, 내부 진통 우려돼
  • 손령 기자
  • 승인 2005.02.25 00:00
  • 호수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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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라구요? 언제 우리 의견을 물은 적이 있었나요?”

학생들은 취업을 위해 영어 공부를 하거나 등록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방학동안 결정된 사안의 영문도 모른 채 또다시 인상된 등록금 고지서를 받았다. 이는 지난 1월 5일 열린 7차 ‘등록금책정심의위원회(아래 등책위)’에서 5.7%의 등록금 인상 안에 합의한 결과다.

42대 총학생회(아래 총학)가 기존의 ‘투쟁’ 방식이 아닌 대화를 통한 ‘합의’의 과정을 통해 등록금 협상을 했다는 점은 긍정적인 시도로 평가된다. 하지만 총학의 등록금 인상 합의안(아래 합의안)이 중앙운영위원회(아래 중운위) 여러 위원들과 마찰을 겪고 있으며, 학내 교육운동단체를 비롯한 일부 학생들이 총학의 일방적 등록금 합의 과정 및 결과를 두고 불만의 소리를 높이고 있다.

등록금 인상률 5.7%의 의미

등책위는 학교와 총학생회(아래 총학) 등의 학생대표 측이 참가해 등록금 책정에 관한 의견을 수렴, 심의하기 위한 기구로 교수학생협의회 논의 과정을 거쳐 지난 2004년 5월 공식 출범했다. 7차 등책위는 5차 등책위 때부터 논의돼오던 등록금 인상률이 학교 측의 9.5% 인상안과 학생 측의 2.0% 인상안을 두고 밀고 당기기를 계속하다 결국 5.7%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장 윤한울군(정외·02)은 “기존의 총학에서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도 꾸준히 6.5%의 인상률이 유지 됐다”며 “대화와 협력의 원칙을 가진 협의를 통해 학생들이 5.7%가 인상된 등록금 고지서를 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등록금 인상 합의 초기에는 낮아진 등록금 인상폭에 지지를 보낸 학생도 있었다.

그러나 5.7%라는 등록금 인상률은 다른 대학과 비교해 낮은 수치가 아니라는 언론의 지적이 나오면서부터 중앙운영위원회(아래 중운위), 학내 교육 운동단체를 비롯한 일부 학생들의 반발로 이어졌다. 이는 올해 각 대학들이 경제 불황 및 경제 침체를 고려해 등록금 인상률을 낮게 책정하는 추세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4년과 비교한 서울의 주요 대학 등록금 인상률을 보면 서울대는 지난해 15.0%에서 5.6%로, 고려대는 8.5%에서 5.0%로 우리대학교에 비교해 그 수치가 다소 하락했다. 이에 대해 윤군은 “우리대학교의 인상률 결정이 다른 학교에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으나 이는 그리 설득력이 크지 않다. 이미 우리대학교의 합의 이전에 8.4%에서 4.58%로 등록금 인상폭을 낮춘 서강대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올해는 전체적으로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률을 낮추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광주대, 호서대 등의 일부 대학에서는 등록금을 동결했다. “어려운 경제 사정과 학생들의 가계 사정을 고려해 등록금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는 광주대 박춘호 학생과장은 “학교를 운영하기 위해서 많은 재정적인 어려움이 따르지만 효율적인 운영을 통해 극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등록금 인상률이 높다는 지적에 대해 등책위원장 천종숙 교수(생과대·의류생산설계)는 “등록금 인상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문제며 실제로 우리대학교 등록금 순위는 20위권으로 등록금 총액수를 놔두고 등록금 인상 비율만을 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의 과정의 문제

지난 1월 31일 신촌캠 학부 임시확대운영위원회(아래 확운위)에서는 합의안을 부결시켰다. 이를 주도한 상경 학생회장 윤태영양(경영·02)은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절차적인 문제가 있었다”며 중운위와의 합의를 거치지 않고, 합의안을 도출한 총학의 대표성에 문제가 있음을 언급했다. 물론 이미 등책위 이전 중운위에서는 등록금 협상에 대한 논의를 거쳤다. 당시 중운위는 의결을 위한 정족수 8명에 한 명이 모자란 7명이 참가해 의결하지 못했으나 ‘약 3~4% 정도의 물가상승률 수준까지 등록금 인상률의 최대치를 제한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그러나 등책위에서 총학은 중운위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고, 물가상승률을 상회하는 5.7%에서 등록금 인상률을 합의했다.

이에 대해 많은 중운위원들은 ‘각 단대의 학생들을 대표하는 자신들의 의결을 거치지 않은 것은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한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으나, 윤군은 “절차에 있어 중운위에서 의결된 사항이 없었기 때문에 각 위원이 각자 행동한 것은 정당한 것”이라 밝혔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확운위의 합의안 부결이 특별한 효력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천교수는 “학생들이 5.7% 인상안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 학생들을 상대로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등록금 인상 요인을 설명할 자리를 가질 의향은 있다”고 했으나 “확운위의 부결은 학생 측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지 등책위에서 결정된 사항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밝혀 학운위 부결이 등록금 변동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 때문에 학교측, 총학, 중운위원 사이의 합의안을 사이에 둔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등책위의 한계

등책위 운영내규 제5조 제4항의 ‘가부 의견이 동수인 경우 위원장이 결정한다’는 규정을 두고 등책위가 학생 측에 불리한 기구라는 지적도 있다. 학교 측 5명과 학생 대표 5명의 표결이 동수가 됐을 경우 추천교수 3인 중 1인인 위원장이 학교측의 입장을 대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등책위의 위상은 제1조항이 명시하듯 ‘학내 구성원의 건설적인 의견을 수렴 심의하기 위한 기구’에 지나지 않아 그 결정이 ‘심의’일 뿐 ‘의결’은 아니라는 주장도 가능하다.

한편 학교 회계를 담당하는 예산 조정부가 바쁜 일정으로 인해 등책위에 간혹 출석하는 데 그치고 있으며 등책위에 등록금 인상분 쓰임에 대한 신뢰할 만한 자료 제공과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윤양은 “참고 자료를 회수하는 등 등록금 인상 관련 정보공개를 학교 측에서 꺼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총학이 등책위에서 준비가 부족했던 점 역시 문제로 제기됐다. 천교수도 총학의 구체적 자료 검토에 한계가 있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중운위원들은 “현재의 등책위가 구체적인 자료를 놓고 분석하기보다 단순히 숫자를 놓고 협상하는 수준에 그쳤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번 등록금 협상은 그 과정 및 결과에 적지 않은 문제를 보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운위에서 등록금 협상에 있어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을 위해 총학 내의 특화된 기구인 ‘교육위원회(가칭)’를 구성해 준비하고 있는 점, 학교, 총학, 중운위원들이 앞으로 등록금 협상의 재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더 나은 등록금 협상 과정 및 결과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 때다.

손령 기자  son4ever@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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