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대 총학생회(아래 총학) ‘니가 필요해’는 지난 2004년 11월 26일 선거본부 중 유일하게 탈정치를 표방하며 당선됐다. 막 출범된 소위 비운동권 총학(아래 비권총학)으로서 많은 기대를 받고있으나 현재 업무 처리에 있어 포용력 및 집행력 부족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총학은 그들의 활동에서 국가보안법 철폐, 반전시위와 같은 정치 관련 사안들을 배제하고 학내 사안에 집중하겠다는 공약으로 많은 학생들의 공감을 샀다. 실제로 이들을 지지했던 이주영군(인문계열·04)은 “대외적 규모의 정치적 사안보다 학생들이 느끼고 있는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비권총학의 당선 이유에 대해 지난 41대 총학생회장을 맡았던 배진우군(수학·97)은 “학생들이 기존의 총학이 지나치게 정치적 사안에 초점을 맞춘 것에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대안으로서 탈정치 선본을 지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총학은 ‘전략적 합리주의’를 기조로 내세워 일처리에 있어서 효율성과 실용성을 추구했다. 총학생회장 윤한울군(정외·02)은 “학교를 싸워야 할 적이 아닌 파트너로 봐야 한다”며 등록금 협상과정에서 별다른 투쟁 없이 대화를 통해 학교와 협상했다. 이는 등록금 문제와 관련한 교육투쟁이 연례행사적이고 효율도 낮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중도 앞 행사 전면 철폐, 도서관 좌석의 효율화, 여학우 전용 강의 개설 등 일상 생활에서의 문제들을 공약화하며 학생들의 주변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총학은 등록금협상,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아래 OT) 준비 및 실행 등의 초기 활동에서 미숙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1월 5일 7차 등록금책정위원회(아래 등책위)를 거친 5.7% 등록금인상합의안(아래 합의안)은 확대운영위원회에서 부결됐고, OT는 중앙운영위원회(아래 중운위)의 의결 사항이 하루 사이에 총학의 결정으로 뒤바뀌었다. 이러한 혼란의 이유는 총학 의견과 다른 중운위원들의 의견이 분열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등록금 책정과 관련해 많은 중운위원들은 총학이 합의안을 두고 지나치게 타협적인 자세로 등책위에 임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사전에 중운위원들과의 분명한 합의를 거치지 않고 5.7%의 인상안을 통과시킨 점도 문제가 됐다. 또한 OT의 경우 총학은 대강당 리노베이션 공사로 인해 장소변경이 불가피해져 장소를 장충체육관으로 변경할 것을 계획했다. 그러나 지난 2월 2일 열린 중운위에서 공과대, 이과대 등의 단과대 회장들이 이동이 힘들고 과반행사 진행에 차질을 빚게 된다며 장충체육관에서의 OT는 불참한다고 밝혀 논의를 거듭하던 끝에 OT를 개최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하지만 다음날 총학이 장충체육관에서의 OT를 강행한다는 글을 온라인 게시판에 게재해 사안이 번복됐다.

이는 총학이 기본적인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데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있다. 생활과학대 학생회장 박성용군(주거환경·03)은 “중운위는 기층 단위로부터 전해오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기구인데 이곳에서 의결된 사항을 총학과 집행부의 주관대로 바꾸는 것은 기본 절차를 무시한 비민주적 처사”라며 비판했다. 윤군은 “행사를 사전부터 계획해왔기 때문에 무산될 경우 장소 대여나 가수 섭외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것이 예상됐다”며 상황이 불가피했음을 말했다. 또한 중운위에서 의결된 사안을 독단적으로 바꾼 것에 대해 윤군은 “당시 중운위 때 사정상 불참해 부총학생회장이 의장을 대신했기 때문에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했다”며 잘못을 시인했다.

 이번 총학의 새로운 시도들이 기존 의 총학 운영방식과 달라 많은 충돌을 빚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총학의 합리적, 논리적인 대응 능력이 부족해 원할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데도 원인이 있다고 지적된다.

 총학은 무엇보다도 학생들의 달라진 요구로 선출된 만큼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여론수렴과정은 현재 각 단과대의 반별로 의견을 모아 단대운영위원회(아래 단운위)에서 합해져 중운위를 통해 총학까지 전달된다. 단과대 학생회장들은 학생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해 총학이 중운위를 존중하고 OT 때와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두고 민주노동당 연세대학생위원회장 박이정엽군(경제·00)은 “현 총학이 비판했던 기존의 총학들은 최소한 절차적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중운위를 통한 절차적 정의가 지켜져야 함을 강조했다.

기존의 성격과 다른 총학이 당선된 만큼 학생들이 총학에게 바라는 기대도 크다. 총학에 대한 지지의견 못지않게 중운위를 통해 올라오는 총학과 다른 목소리 또한 무시할 수 없는 학생들의 기대사항일 것이다. 앞으로 총학은 학생들이 요구했던 ‘비권총학’이라는 큰 틀에 맞는 구체적 정책을 민주적 절차를 통해 검증받을 수 있도록 안정적인 운영 역량을 갖춰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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