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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석 감독의 '마이 제너레이션'
  • 최욱 기자
  • 승인 2005.02.25 00:00
  • 호수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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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의 기관과 같이 힘있다.

- 민태원 「청춘예찬」중에서 -

‘청춘’이라는 말은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누구나 접해봤을 수필 「청춘예찬」에 나와 있는 것처럼 여전히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젊음이 ‘푸른 봄’이란 말로 표현될 수 있다니,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차오름을 느낀다. 하지만 이 땅의 모든 청춘이 ‘가슴 설렘’으로 치환되기에는 이 세상은 너무 어두워졌다.

청년실업이란 말이 뉴스와 신문을 뒤덮고, ‘노동시장 유연화’, ‘고용 없는 성장’ 같은 신자유주의의 색채가 뚜렷한 용어가 현실이 되어 가는 시대, 청춘이 조난신호를 보내고 있는 시대에 정직한 시선으로 현실을 응시하고 있는 영화가 있다. ‘청춘’을 다루면서도 더 이상 낭만을 찾지 않는 우울함으로 점철된 영화가 바로 노동석 감독의 『마이 제너레이션』이다. 흑백화면으로 가득 채워진 『마이 제너레이션』은 청춘영화지만 『비트』보다는 『고양이를 부탁해』에 더 가까운 감성을 지니고 있다. 현실 속에서 찾기 어려운 멋진 배우는 없고 그냥 우리 주변 사람들이 영화를 꾸며나가게 되는 것이다.

『마이 제너레이션』은 제목 그대로 ‘나의 세대’에 관한 영화다. 스크린 속에 나오는 두 남녀 청춘은 우리네 대학생들보다 더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 군상들이다. 소위 얘기되는 ‘20대 80’ 중에서 80에 속한 청춘들이라고 볼 수 있다. 남자 주인공인 병석은 밤에는 갈비집에서 일하고 낮에는 캠코더로 결혼식 촬영을 하면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간다. 그는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선배의 권유로 성인비디오를 길거리에서 파는 등 여러 가지 일을 해보지만 아무 것도 되는 일이 없다. 점점 꿈에 대한 자신감만 잃어가게 되고 결국은 돈 때문에 자신의 유일한 재산인 비디오카메라를 팔게 된다. 병석의 여자친구로 나오는 재경은 어떠한가. 그녀는 사채업자 사무실에 겨우 취직을 하게 되지만 ‘우울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하루 만에 해고되고 인터넷 홈쇼핑에서 물건을 떼어다가 팔려고 하지만 피라미드 사기에 휘말려 결국 애꿎은 돈만 날리게 된다.

두 남녀는 이렇게 가난함 때문에 자신들의 청춘을 반납하며 살아간다. 마음속에 꿈을 품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할 20대 중반부터 그들은 이미 ‘낙오자’라는 낙인이 찍혀 가난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것이다.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내내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두 남녀는 가끔 던지는 대화만으로 자신들의 속내를 드러낸다. 그리고 그들은 결코 웃지 않는다. ‘주인공들이 한 번도 웃지 않는 영화’이기 때문에 보통의 영화들에서 찾을 수 있는 즐거움을 이 영화에서 발견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난 후 여기 등장하는 청춘들이 ‘나’와 전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면 이 영화를 그냥 지나치기는 어려워진다. 영화가 그저 오락의 대상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마이 제너레이션』은 그저 그런 영화가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네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로서 영화를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가슴이 저리는 느낌을 한번쯤은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최욱 기자  weezer512@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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