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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냄새 나는 민속주점, '하늘냄새'
  • 양민진 기자
  • 승인 2005.02.25 00:00
  • 호수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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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하늘처럼 맑아보일 때가 있다.

그때 나는 그 사람에게서 하늘냄새를 맡는다.

-박희준 '하늘냄새' 중에서.

휘황찬란 번쩍이는 신촌 거리 구석에 맑은 시 한편이 써 있는 깨끗한 간판이 우리의 눈길을 잡아 끈다. 나무 계단을 따라 터벅터벅 내려가니, 넓지도 좁지도 않은 딱 이만큼만 했으면 하는 공간 안에 맑은 눈의 아주머니가 살갑게 반겨준다. 아무렇게나 마음이 끌리는 자리에 가서 앉아 있으려니, 투박하면서도 열정이 느껴지는 민중가요가 귓가에 착착 감긴다.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값싼 대중가요에 익숙해져 있어서 처음에는 낯설기도 하지만, 얼마쯤 듣다 보면 어느새 흥얼흥얼 따라 부르게 된다.

꺼칠꺼칠한 촉감의 거대한 메뉴판을 펼치면, 메뉴와 이에 대한 설명이 빽빽이 손으로 적혀 있어 읽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메뉴판은 크게 취할거리와 먹을거리로 나눠져 있는데, 이 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저렴한 가격에 오뎅탕, 김치전, 무침, 샐러드로 넓은 상이 가득 차는 ‘한무더기’와 ‘유자소주‘. 특히, 신촌의 다른 술집에서는 맛 볼 수 없는 유자 소주 같은 경우 달콤하면서도 진한 유자의 맛과 소주의 칼칼함이 묘하게 결합되어 있었다. 정말 과일을 넣긴 한 건지 모를 맹맹함 때문에 과실 소주를 싫어하는 사람도 유자 엑기스를 넣은 이 정직한 맛에 반해버릴 것 같다.

이곳에서는 아주머니가 직접 담근 건강술을 맛 볼 수 있는데, 오미자주, 매실주, 그리고 도깨비주가 있다. 이름도 재미있는 이 도깨비주는, 마음이 내키는 재료로 만들었다가 딱 만든 만큼만 판다고 한다. 이 곳에서는 술뿐만 아니라 식사도 가능하다. 특히, 밥 위에 반숙 계란 후라이가 얹어 나오는 공기밥은 그 모양도 맛도 참 정겹다.

이 곳 공간 한쪽에는 기타가 놓여져 있는데, 가끔 학생들이 술을 마시다 신이 나면 기타를 치면서 율동도 하고 노래도 부른다고 한다. 앞으로도 이 '하늘냄새'란 공간이 편안하고 사람냄새 나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아주머니의 웃음에서, 하늘처럼 맑은 사람에게서 난다는 '하늘냄새'가 솔솔 묻어나는 것 같았다.

신촌의 흥청흥청한 소란스러움 속에서 왠지 모를 텅 빈 그리움을 느낀다면, 마음 맞는 친구 녀석들과 함께 사람냄새 나는 민속주점 ‘하늘냄새’에 가보자.

** 여는시간: 오후 5시부터 약 새벽 2~3시

**찾아가는 길: 대학약국 옆으로 난 골목을 따라 쭉 걷다가 오른쪽에 보면 있다. ‘이끼’ 옆.

**챙겨둘 사항: 사용금액의 5퍼센트를 적립할 수 있는 카드가 발급된다. 동아리 명의로도 적립카드 발급이 가능하며, 단골 손님은 카드를 직접 보관해놓고 적립해도 된다. 단체손님도 환영함.^^

양민진 기자  jmuu@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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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말투로 메뉴들을 설명해놓은 하늘냄새 메뉴판

먹음직스런 라면과 공기밥.

아늑한 분위기의 하늘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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