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여행에는 목적이 있듯이 이번 중국여행의 목적은 지난 2004년도 1학기 때 수강한 ‘동양문화사 강의’에서 배운 것을 직접 가서 보는 것이었다. 중국어를 잘하는 친구와 둘이서 가는 자유여행이었으므로 가고 싶은 곳을 미리 정한 뒤 베이징으로 여행을 떠났다.
공항에 내려 처음으로 간 곳은 우다코 근처에 위치한 중국의 명문대학 ‘칭화대’였다. 친구와 함께 교정을 거닐면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았다. 나는 그들의 눈에서 발전하는 중국의 원동력이 무엇인지 읽을 수 있었다. 학교가 워낙 넓다보니 전체를 다 보지 못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버스를 타게 됐다. 버스를 타서 자리에 앉자 TV에서만 보았던 버스안내양이 다가왔다. 친구와 함께 요금을 지불하고 표를 받았는데, 자리로 돌아가는 그분과 버스 안을 둘러보며 시간을 거슬러 온 것 같았다.
다음날 코스는 자금성이었다. 수많은 관광객들로 가득찬 이 곳, 자금성을 일직선으로 통과하는 것만으로 3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 후, 자금성 뒤에 있는 경산공원의 망루에 올랐는데, 그곳에서야 비로소 자금성의 거대함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경산공원에서 내려와 중국 최대의 도교사원인 백운사로 이동했다. 사원 정문 앞에 위치한 벽에는 만고장청(萬古長靑)이라고 쓰여져 있었다. 강의시간 때 배운 대로라면 원래 이 벽의 역할은 사원의 선한 기를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고, 사원 밖의 악한 기가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도로의 중앙선 대용으로 쓰이고 있었다. 이 벽을 보며 한비야의 책에서 읽었던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 아니라 백견불여일행(百見不如一行)’이라는 글귀가 생각났는데, 정말 맞는 말인 듯 싶었다. 향로에 불을 피우고 나서 경내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사원 안에는 여러 신선들을 모신 작은 전각들과 학과 같은 도교의 상징들이 있었는데,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회색의 벽돌로 이뤄진 사원의 담과 사원 내에 울려 퍼지는 신비스런 음악소리는 나를 명·청시대로 이끌어갔다.
백운사를 나와 이번엔 라마교사원인 백탑사로 향했다. 백탑사는 백운사에 비해 크기가 작고 사람도 적었지만 이름에 걸맞게 엄청나게 높은 백탑이 자리 잡고 있었다. 조그마한 전각 안에는 관리인 한 사람이 꾸벅꾸벅 졸고 있었고 나는 이 틈에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이곳 내부의 벽은 다른 곳과 달리 벽 전체가 어떤 내용을 묘사하듯이 조각돼 있었는데, 채색까지 돼 있어 그림을 보는 듯했다.
조용히 전각에서 나와 친구와 다시 자금성이 있는 천안문광장으로 갔다. 그리고 천안문광장 바닥에 앉아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다. 오성홍기를 바라보는 사람, 아버지와 함께 푸른 하늘 아래로 연을 날리는 소년. 나는 그곳에서 사람들과 섞여 신문을 깔고 앉아,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여행’이란 무엇인지 처음으로 생각해 보았다. 이 생각은 그 이후로도 천단공원을 거닐면서, 만리장성을 올라가면서, 여행을 끝내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도 계속됐다. 결과적으로 나의 여행은 일정한 틀 속에 갇힌 내 모습에서 벗어나 매 순간마다 새로운 내 모습들과 만나는 시간이었다. 새로움의 창조. 이것은 이번 여행의 목적달성과 더불어 내가 얻은 큰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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