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클레스의 그리스 비극

그대는 쉽게 굴복하는 나약한 인간인가, 아니면 도전에 도전을 거듭하는 주체적 인간인가? 그리스 비극 작가 소포클레스는 『오이디푸스 왕』,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를 통해 신이 정한 운명에 대한 도전을, 『안티고네』를 통해 절대 왕정의 명령에 굴복하지 않는 인간의 주체적인 의지를 표현했다. 그리스 비극의 근원은 바로 이 강한 의지를 가진 주인공의 좌절에 있다.

『오이디푸스 왕』에서 코린토스의 왕자 오이디푸스는 저주받은 신탁을 피하기 위해 코린토스를 떠나게 되며 길에서 만난 무리를 홧김에 죽인다. 그 후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어 테베를 구하고 이오카스테와 결혼해 테베의 왕이 된다. 하지만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로부터 예전에 충동적으로 죽인 무리 속에 아버지가 있었다는 것과 자신의 아내가 어머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죄책감에 눈을 파낸다.

저주의 신탁을 받고 태어나 그 운명을 피하기 위해 테베로 떠났지만 결국 신탁처럼 비극을 맞았다. 하지만 “오이디푸스의 비극은 신에 대한 도전 때문이 아니라 그가 하마르티아 즉, 성격적 결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김성수 교수(학부대·현대소설)의 말처럼 그의 비극은 자유의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급함과 충동적 분노에 그 원인이 있었다.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에서는 신과 인간이 화해함을 보여준다. 딸 안티고네와 함께 유랑생활을 하다가 그가 도착한 곳이 바로 아테네의 콜로노스. 그곳에서 그는 테세우스 왕으로부터 보호를 약속받는다. 그를 받아준 곳에는 축복이 있고, 쫓아낸 땅에는 저주가 있을 것이라는 신탁이 내려져 있었기에 신들의 성스런 땅 아테네는 축복의 땅이 된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처럼 오이디푸스가 콜로노스에 머무는 동안 큰 아들 폴리네이케스가 동생으로부터 테베의 왕권을 뺏기 위해 그를 찾아온다. 오이디푸스가 있는 군대가 내전에서 승리를 거둔다는 신탁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는 아들을 나무라면서 형제가 서로 죽일 것이라고 저주한다. 이와 같이 그는 아들이 전하는 신탁을 거부하고 스스로 운명을 선택함으로써 축복의 땅 아테네에서 홀연히 숨을 거둔다.

오이디푸스의 저주처럼 그의 두 아들 폴리네이케스와 에테오클레스는 모두 전쟁에서 죽고 그들의 외삼촌 크레온이 왕위에 오르면서 3부작 중 가장 정치색이 짙은 작품인 『안티고네』는 시작된다. 크레온은 에테오클레스에 대해서는 국가를 지킨 자라 예를 갖춰 시체를 땅에 묻지만, 폴리네이케스에 대해서는 권력에 도전한 역적이라 하여 시체를 버리고 아무도 묻어줘서는 안 된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안티고네는 사람의 세상에 그러한 법은 없다며오빠의 시신을 땅에 묻다 붙잡혀 동굴에 가둬지고, 결국에는 자결한다.

인간의 운명에 신들의 의지가 개입할 수밖에 없었던 비극이었지만 오이디푸스는 운명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신들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그의 딸 안티고네 역시 ‘왕의 명령이 확고한 하늘의 법을 넘을 수 없다’며 권력에 대항해 자신의 주체적인 의지를 보여줬다. 비극적인 삶 속에서 보여준 그들의 그러한 의지는 밤하늘 폭발하는 별의 아름다움과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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