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시안(Kosian), 단지 피부색만 다른 한국인.

겨울의 끝자락. 소외된 혼혈아동을 위한 비영리단체인 펄벅재단을 찾아갔을 때, 사무실은 혼혈아동과 함께한 지난 행사의 사진을 정리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그들의 사진첩에는 우리와 단지 피부색만 다를 뿐, 같은 모습으로 웃고 기뻐하는 혼혈아동의 모습들이 담겨 있었다. 이중 최근 급증하고 있는 코시안의 모습은 단연 눈에 띄였다. 코시안이란 한국인과 아시아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을 뜻하는데, 1990년대부터 이주노동자가 늘어남에 따라서 이들 또한 급증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2000년대에 들어서는 코시안 아동이 자라남에 따라서 이들이 사회적으로 받는 차별과 편견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코시안이 겪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학교 적응에 있어서의 어려움이다. 학교 내에서의 집단 따돌림의 문제가 심각한 수준인 것이다. 심지어 이 문제로 이주노동자의 본국으로 떠나가는 코시안도 허다하다. 이처럼 학교 적응에 문제를 겪는 코시안의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해서 코시안 시민단체인 ‘코시안의 집’에서는 ‘코시안 스쿨’이라는 대안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코시안의 집의 김영임 원장은 “지역 사회 안에서도 이주가정아동복지센터와 같은 시설이 마련돼 코시안이 사회 적응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아 보육과 생활 안정을 위한 재정적 지원, 복지관에서의 다양한 교육 등으로 사회 적응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주노동자끼리 결혼해 한국에 장기체류하는 동안 태어난 아이들까지 코시안으로 보기도 한다. 이 경우 부모가 신분의 제약을 겪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까지 건강권과 교육권 등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김원장은 “이들 또한 한국에서 태어난 우리의 이웃으로 지금은 보장받지 못하는 공교육에 대한 접근성 등 복지 서비스가 차별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에 사는 염요셉군(6)의 집은 아버지가 파키스탄인인 코시안 가정이다. 요셉이와 염요한군(10)의 어머니인 염동분씨(44)는 “학기 초반이나 학원 같은 곳을 다니면 아이들로부터 맞고 들어오고, ‘아프리카 쌔깜둥이’라며 놀림받는다”며 그간의 힘들었던 점을 토로했다. 염씨는 “그나마 혼혈인에 대한 차별이 덜한 이주노동자의 본국으로 코시안을 돌려보내는 경우가 많다”며 유독 지나친 우리사회의 배타성을 꼬집었다. 하지만 염씨는 일반 코시안 가정과는 달리 적극적인 자세를 강조했다. “코시안이 사회적 편견과 왜곡된 시선을 받는 것은 사회의 인식 부족과 함께 스스로를 너무 숨기려는 자세때문”이라는 것이 염씨의 주장이다. 염씨는 “코시안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자신들을 알려서 편견을 없애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주노동자와 코시안의 실태를 알리기 위해서 요셉이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이주노동자도 우리의 이웃입니다’라는 공익광고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국가주도의 혼혈인 정책이나 제도는 확충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코시안, 그들도 우리와 같은 국적을 가지고 같은 공간에서 함께사는 우리의 이웃이다. 코시안의 수가 급증하며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에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아직도 왜곡된 시선을 갖고 그들의 어려움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다. 자라나는 혼혈아동이 배타적인 태도를 취하는 사회에서 주눅들지 않도록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인권 보호를 위한 체계적인 제도의 필요성이 촉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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